신제윤 금융위원장에서 KB금융이 단단히 미운털이 박힌 모양입니다. 윤종규 KB금융회장이 취임한지 두 달이 다 돼 가지만 LIG손해보험 인수 건을 빌미로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고 있습니다.
윤 회장 입장에선 KB금융에 이어 국민은행 사외이사들도 전원 사퇴한데다, 지배구조 개선안까지 구두 보고하는 등 신 위원장을 설득하기 위한 구애가 애절합니다. 민간 금융회사의 수장으로서 경영전략 펼치기 보다는 금융당국 의중에 온 신경을 집중하는 모양새입니다.
신 위원장은 LIG손보 인수를 승인하는 조건으로 KB금융 측에 잇달아 지배구조 정비를 요구하고 있지만 여전히 만족하지 못하는 분위기입니다. 신 위원장은 표면적으로 KB금융이 제시한 지배구조 개선안이 우선돼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최근 언론을 통해 알려진 사외이사의 권한을 대폭 축소하는 등 일부 개선 내용은 공식적으로 제출된 상황이 아닌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KB금융은 오는 19일 지배구조 개선방안에 대해 여론을 듣는 공청회를 통해 최종 개선안을 도출할 계획입니다. 신 위원장은 이를 보고 받고 오는 24일 열리는 금융위 정례회의에서 KB금융의 LIG손보 인수 승인을 최종 결정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러나 이 같은 상황들을 뒤로 하고 뭔가 석연치 않은 점이 귀에 들립니다. 윤 회장 선임 당시 마땅치 않았다는 얘기는 이미 금융권에서 회자됐습니다.
여기에 최근에는 금융위가 금융사 지배구조에 메스를 들이대면서 마련한 지배구조 모범규준이 금융회사들이 반발로 존폐위기에 몰리자 KB금융 지렛대 삼고 있다는 설이 나오고 있습니다.
현재 금융위가 KB금융 사외이사들의 사퇴를 압박하기 위해 법적 근거도 없이 무리하게 추진했던 모범규준이 삼성생명 등 재벌계열 금융사들의 반발에 밀려 한 발짝 뒤로 물러섰습니다.
모든 정책이 시작부터 완벽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일련의 상황들로 하여금 하나의 정책이 갖가지 설(設)을 양산내고, 금융당국 수장의 의중까지 의심케하는 상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