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KB금융지주에 이어 국민은행 사외이사들도 전원 사퇴했습니다. 내년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각자 남은 임기와 상관없이 모두 사임키로 의견을 모았다고 합니다.
앞서 KB금융 내분사태를 겪는 과정에서 남의 집 불구경하다 제 집을 태워 먹는 우를 범한 그들을 옹호하려는 의도는 없습니다. 그러나 “금융당국이 지향하는 새로운 지배구조 규범을 실현하는데 진력할 것”이라는 사퇴의 변이 유독 눈에 띕니다. 지주에 이어 은행 사외이사들까지 쫓겨나듯 일괄 사태라는 처사가 관치의 또 다른 잔재로 확인되면서 씁쓸한 뒷 맛을 남기고 있습니다.
이번 사외이사들의 사퇴에는 윤종규 KB금융 회장과 신제윤 금융위원장이 배후세력(?)으로 지목됩니다. 신 위원장이 LIG손해보험 인수를 놓고 승인을 미루자 윤 회장 입장에선 사외이사 사퇴라는 초강수를 꺼내들었습니다. 외풍을 차단하고 내부출신인 자신을 회장으로 뽑아준 사외이사들에게 칼을 휘두른 셈입니다.
반면 전산교체를 둘러싼 내분 등 사외이사들로 하여금 끊이지 않았던 악재를 덜 수 있는 소정의 성과도 덩달아 달성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윤 회장의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한번 돌아선 신 위원장의 마음을 쉽게 열지 못하는 모양입니다. 비슷한 시기에 서금회 논란에도 우리은행장 자리를 꾀찬 이광구 행장과는 대조적인 모습입니다.
신 위원장이 사외이사 사퇴가 LIG손보 인수 능력을 보여주기 위한 하나의 요건일 뿐 전부가 될 수 없다는 입장으로 급선회 했기 때문입니다. 급기야 은행 사외이사들까지 전원사퇴라는 카드를 꺼내며 윤 회장에게 힘을 실어주고 있습니다.
이를 두고 금융권의 시각은 둘로 나뉘고 있습니다. 신 위원장이 시장의 질서를 무너뜨리며 너무 관치를 펼치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금융당국으로서의 권위와 존재감을 상실한 채 민간 금융회사 최고경영자(CEO) 선임에 지나치게 관여하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금융당국이 밀었던 후보가 윤 회장과의 경합에서 밀리자 LIG손보 인수 지연은 괘심죄의 일종이라는 분석은 공공연한 비밀입니다.
이에 맞서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던 KB금융이라 언제 또 사고가 터질지 모르는 곳에 금융회사를 인수할 수 있도록 쉽게 승인해줄 순 없는 것 아니냐 시각도 상존합니다.
이 같은 논란은 오는 24일 금융위원회 정례회의에서 답을 찾게 될 예정입니다. 금융위는 KB금융의 LIG손보 인수에 관한 안건을 상정할 계획입니다. 승인이 불발될 경우 취임 초기 윤 회장의 리더십 타격이냐, 금융당국 수장의 시장 질서를 무시한 지나친 관치냐. 이날 정례회의에 금융권의 시각이 집중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