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차이나 베트남을 잡아라.”
삼성과 LG 등이 중국에서 베트남으로 생산기지를 옮기고, 사업의 재도약을 이끌고 있는 가운데 유통업계도 베트남 시장 공략에 잰걸음을 보이고 있다. 내수 침체와 각종 규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내 유통업체들은 성장의 기회를 베트남에서 찾고 있다.
15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베트남 시장 공략을 가장 적극적으로 펼치고 있는 곳은 롯데그룹이다. 롯데는 지난 9월 베트남 수도 하노이에 총 65층 규모의 초대형 건축몰인 ‘롯데센터 하노이’를 완공했다. 롯데센터 하노이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총 4억 달러(4000억원)을 들여 5년간 정성을 쏟은 작품이다. 신 회장은 2009년 ‘아시아 톱10 글로벌 그룹’ 비전을 제시한 이후 베트남 공략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해왔다.
롯데는 롯데센터 하노이를 완공함에 따라 국내 유통업체 최초로 롯데마트가 베트남에 진출한지 5년만에 호찌민에서 하노이에 이르는 거점 유통망을 확립했다. 백화점(1개점)과 대형마트(8개점), 슈퍼(1개점), 홈쇼핑(롯데앳비엣)까지 유통부문 수직계열화를 구축한 것. 롯데는 베트남 사업 성공 모델을 인근 미얀마와 태국 등에 확산시킨다는 복안이다.
그룹 관계자는 “롯데센터 하노이 같은 복합쇼핑단지 건설은 계열사 간 시너지를 극대화하는 것은 물론 해외에 ‘글로벌 롯데’의 이미지를 각인시킬 수 있는 효과적인 전략”이라며 “글로벌 비전 실현을 위해 베트남 공략에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세계그룹도 중국에서 베트남으로 글로벌 시장 공략 무대를 옮기고 있다. 이마트는 중국 텐진의 4개 점포 영업을 이달 말 종료할 방침이다. 수익성이 부진한 중국서 점포를 정리하고, 모든 역량을 베트남에 집중할 계획으로, 내년 연말 베트남 이마트 1호점 오픈에 박차를 가한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은 지난 11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한ㆍ아세안 CEO서밋에서 “베트남 이마트 1호점을 오픈한 뒤 성공하면 라오스, 미얀마, 캄보디아, 인도네시아 등 아세안 국가에 진출할 계획을 갖고 있다”며 베트남을 글로벌 시장 진출을 위한 전초기지로 활용할 계획을 공식화했다.
현대백화점그룹은 현대홈쇼핑을 내세워 그룹사간 시너지를 높이며 베트남 시장을 공략할 방침이다. 현대홈쇼핑은 지난 5월 하노이에서 베트남 국영방송인 VTV 자회사로 방송기술업체인 VTV브로드컴,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인 VTV캡과 ‘VTV 현대홈쇼핑’ 합작법인 설립계약을 체결했다. 내년 상반기 중 개국할 이 홈쇼핑 방송을 통해 현대홈쇼핑은 한섬의 잡화 및 의류 브랜드를 판매하고, 베트남 현지 공장을 보유하고 있는 현대리바트의 인테리어 상품도 판매해 계열사 간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할 방침이다.
현대홈쇼핑 측은 “새 홈쇼핑은 베트남 유료방송 가입 전체가구인 600만 가구를 대상으로 송출하며 내년에 매출 300억원, 3년 내 1000억원을 달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외식 및 화장품업체들의 걸음도 분주하다. 롯데리아는 최근 베트남 현지에 200번째인 원낌고밥점을 오픈했다. 지난 1998년 베트남에 처음 진출한 뒤 2011년 100호점을 오픈했고 그 후 3년만에 200호점의 문을 열었다. 롯데리아 관계자는 “베트남에서의 성공을 바탕으로 중국과 인도네시아, 미얀마, 캄보디아 시장에서도 안정화를 꾀하고 동남아 신흥시장 개척에도 힘쓸 계획”이라고 말했다.
화장품브랜드 미샤를 운영하는 에이블씨엔씨도 베트남에 13호점까지 매장을 오픈했다. 회사 측은 “베트남 매출은 2011년 47만달러에서 지난해 108만 달러로 불과 2년 사이에 130% 성장해 추가 매장 오픈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선애 기자 lsa@e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