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론] 상생의 지혜가 필요한 프로야구 FA 시장

입력 2014-12-12 10:36
  • 가장작게

  • 작게

  • 기본

  • 크게

  • 가장크게

박성희 한국외대 국제스포츠레학부 교수

12월 4일 기준 FA 자격을 획득한 19명의 프로야구선수 중 15명이 계약을 완료했다. 총액은 무려 611억여원으로 이미 역대 최고액을 경신했다. SK 최정은 86억원, 장원준은 두산과 84억원, 윤성환은 삼성과 80억원(이상 4년)이라는 천문학적 금액으로 계약했지만 선수들의 몸값이 거품이라는 주장 역시 설득력을 얻고 있다. 하지만 FA의 몸값 폭등은 프로야구가 철저하게 시장을 투영하며 수요-공급의 법칙에 따라 움직이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프로야구 10구단 시대에 선수 공급의 젖줄인 고교팀이 60개에 불과해 심각한 수요 대비 공급 부족을 예상할 수 있다. 따라서 보다 객관적인 관점에서 상식적-합리적 대처 방안이 필요하다.

국내 스포츠산업 규모는 2012년 기준 36.5조원, GDP의 2.95% 수준으로 대략 미국의 1/13, 일본의 1/3이다. 흥미롭게도 국내 GDP 역시 미국의 1/13, 일본의 1/4로 각국의 경제규모와 스포츠산업의 규모는 매우 유사한 양상을 나타내고 있다. 그렇다면 국내 프로야구의 FA 몸값 역시 단순계산 시 각국의 경제규모를 반영하는 것은 물론, 리그 수준이 가장 떨어지는 팀과 선수 수를 고려하면 그 격차는 더 커져야 한다. 그럼에도 최근 NPB(일본야구기구)의 에이스 나루세 요시히사가 선수가 3년간 6억 엔에 FA 계약을 한 것을 고려할 때, 국내 프로야구의 FA 시장은 과열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얼마 전 선수협의 사무총장은 프로야구에는 연봉 4000만원 미만의 선수가 55%가 넘고, 이들의 연봉은 전체 프로야구의 16%에 불과해 선수들의 연봉차가 더욱 심각한 문제라고 했다. 또한 연예인의 CF 금액도 언급하며 FA 거품론에 도저히 동의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전 세계적 인기를 끌고 있는 한류스타들의 몸값은 일종의 흥행성이 보장된 금액으로 당장 다음 시즌 성적도 알 수 없는 야구선수와는 다르다. 또한 프로야구에는 선수가 불의의 부상으로 당장 선수 생명이 끝나더라도 챙길 수 있는 계약금 제도가 존재한다. 이번 계약만 봐도 최정의 계약금은 42억원, 장원준의 계약금은 40억원으로 계약 총액의 약 50%에 해당되는데, 스포츠처럼 비확실성을 태생적으로 내포하고 있는 분야에서 50% 이상의 금액을 미리 담보해 준다는 것은 선수 입장에서는 엄청난 특혜임이 자명하다.

FA 몸값 폭등의 긍정적 효과로는 해외 진출 대신 국내에서의 지속적 활약을 통한 리그 활성화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야구산업 전체로 봤을 때는 많은 역기능이 존재한다. 먼저 구단과 리그 존폐와 직결된다. 심각한 경제위기 속에 이같이 폭등한 선수들의 연봉을 감당할 수 있는 구단은 많지 않아 구단별 부익부 빈익빈 현상은 더욱 심화될 것이다. 따라서 고비용 저효율 선수인 프랜차이즈 스타 선수들은 구조조정의 1순위 대상이 될 확률이 높아질 것이다. 또한 몸값의 불평등 문제는 잠재적으로 팀워크 불균형의 문제를 야기할 수 있고, 효율성의 지나친 강조는 서비스 품질인 경기력 자체에 영향을 미쳐 장기적으로는 리그의 흥행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 따라서 리그 차원에서 모두가 상생할 수 있는 효과적 시스템을 수립해야 한다. 예를 들면, FA 기간을 단축해 시장에 보다 우수한 선수들이 젊은 시기에 많이 나오게 할 수 있고, 프로야구의 근간이 되는 초중고 선수들을 더욱더 육성하고 늘릴 수 있는 시스템을 고민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몇몇 팀들이 막대한 자금력을 앞세워 리그 전체의 분위기를 해치지 못하도록 사치세 형태의 샐리러캡 제도의 검토나 구단들이 FA 선수들을 통해 상업적으로 더 성공하도록 리그 차원에서 시스템을 개선할 수도 있다. 즉, 현재 FA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는 간단한 방법은 불균형 상태에 있는 수요-공급 상황에 보다 많은 우수한 선수를 공급해주면 자연적으로 해결될 것이다.

1995년 540만으로 당시 역대 최고였던 프로야구 관중은 2000년 250만명으로 반토막이 나는 데 불과 5년밖에 걸리지 않았고, 이후 750만명이 될 때까지 그 두 배인 10년이 소요됐다. 그때 비해 강력한 대체 경쟁자들이 훨씬 더 가득한 지금, 폭발적으로 유입된 팬의 유출은 이전과는 비교도 안 될 만큼 훨씬 더 빠를 수도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리그 차원의 강력한 상생시스템의 구축이 무엇보다 절실히 요구된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 뉴스

  • [알림] 이투데이, '2024 CSR 영상공모전'... 27일까지 접수
  • "미국에선 266억 당첨됐다는데"…우리나라 로또로 '인생역전' 가능할까? [이슈크래커]
  • 혁신기업, 출발부터 규제 '핸디캡'...법·제도·정치 '첩첩산중' [규제 버퍼링에 울상짓는 혁신기업①]
  • 상암 잔디는 괜찮나요?…아이유 콘서트 그 후 [해시태그]
  • 노다지 시장 찾아라…인도네시아 가는 K-제약·바이오
  • '허리띠 졸라매기' 게임사들…인력감축·서비스 종료 속도낸다
  • [종합] 뉴욕증시, 경기둔화 우려에 불안한 랠리…다우ㆍS&P500 사상 최고치 경신
  • 체험존·굿즈 등 즐길 거리 다양…"'골때녀' 팝업 통해 풋살 관심 늘었어요" [가보니]
  • 오늘의 상승종목

  • 09.24 장종료

실시간 암호화폐 시세

  • 종목
  • 현재가(원)
  • 변동률
    • 비트코인
    • 85,474,000
    • +0.94%
    • 이더리움
    • 3,530,000
    • -0.37%
    • 비트코인 캐시
    • 464,700
    • +1.31%
    • 리플
    • 785
    • +0.26%
    • 솔라나
    • 203,400
    • +5.23%
    • 에이다
    • 515
    • +5.97%
    • 이오스
    • 699
    • +0.29%
    • 트론
    • 201
    • -0.99%
    • 스텔라루멘
    • 129
    • +0%
    • 비트코인에스브이
    • 65,950
    • +0.61%
    • 체인링크
    • 16,150
    • +6.11%
    • 샌드박스
    • 378
    • +1.89%
* 24시간 변동률 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