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에게 아직은 낯선 디지털 화폐 비트코인이 대중화의 길목에 들어섰다. 대기업 CJ E&M과 전국 8만개 업소가 등록된 배달앱 ‘최고배달’이 비트코인 결제를 도입했다. 신용카드나 휴대폰을 사용하듯 모든 사람이 비트코인을 쓰는 시대가 올 것인가?
비트코인의 대중화는 이용의 편의성과 경제성, 보안에 달려 있다는 평가다. 신용카드보다 사용하기 쉬워야 하고 경제적이며 보안 문제가 없어야 한다는 것. 비트코인 전문가들은 비트코인이 대중화를 위한 3박자를 갖춘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 결제수수료 4.5% 절감…추가 수요 창출도 = CJ E&M은 비트코인 결제를 도입하면서 선착순 1000명에게 결제금액 전액에 해당하는 비트코인을 무료로 나눠 줬다. 미국의 한 전자기기 전문 온라인 상점인 뉴애그는 비트코인으로 결제하면 LG전자의 G패드(8.3기준)를 150달러(16만원)에 준다. 한국 가격은 35만원대다.
비트코인 업계의 마케팅 경쟁으로 할인 혜택이 쏟아지고 있다. 소비자에겐 희소식이다. 그러나 보다 근본적인 혜택이 있다.
비트코인 가격이 급등할 때 결제하면 큰 이익을 볼 수 있다. 현재 1BTC는 30만원 후반대 가격을 형성하고 있지만 어느 순간 80만원으로 오르면 절반 가격으로 물건을 사는 셈이다. 비트코인 가격이 떨어질 때는 비트코인 대신 신용카드나 현금을 사용하면 된다. 비트코인은 경제생활을 보다 스마트하게 할 수 있는 수단이다.
상인들에게는 보다 직접적 이익이 돌아간다. 신용카드로 결제할 경우 PG(결제)사에서 매출의 약 3~4%, 카드사에서 약 2.5~3%를 합해 최소 총 5.5%의 비용이 발생한다. 하지만 비트코인 수수료는 1%를 넘지 않는다. 1일 매출을 1억원으로 가정하면 결제 수수료가 550만원에서 100만원대로 줄어드는 것.
소액결제를 주로 하는 대다수 자영업자에게 결제 수수료는 큰 부담이다. 신용카드의 1만원 이하 소액결제 비중은 지난 2002년 7.7%에 불과했으나 올 1분기에는 39%까지 늘었다. 특히 모바일 결제 비중이 커지며 소액결제는 더욱 확대되는 추세다.
배달앱 ‘최고배달’이 비트코인 결제를 도입한 것도 이런 사정이 있다. 주문이 대부분 소액이라는 점에서는 CJ E&M의 미디어 스트리밍 서비스 ‘빙고’도 마찬가지다.
비트코인 사용자를 새로운 고객으로 유인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 신용카드보다 간편…관건은 가맹점 수 = 비트코인의 대중화에 가장 중요한 요소는 편의성이다. 현재 사용하고 있는 신용카드나 휴대폰 결제보다 복잡하면 사용자가 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사용할 곳, 즉 비트코인 결제 가맹점도 많아야 한다.
우선 비트코인 결제는 NFC(근거리무선통신)나 QR코드로 쉽게 할 수 있다. 다른 모바일 결제수단과 다르지 않다.
비트코인은 온라인 구매에서 장점이 잘 드러난다. 스마트폰에서 두 번만 클릭하면 결제가 완료된다. 휴대폰의 비트코인 지갑앱에서 비트코인 보내기 기능을 사용하면 된다. 또는 사고 싶은 물건의 QR코드를 자신의 휴대폰으로 스캔해 송금하면 결제는 끝난다. 신용카드 결제에 비해 훨씬 간편하다.
신용카드는 오프라인 매장에서 사용할 땐 간편하지만 온라인에서는 복잡하다. 신용카드 번호, 카드 유효기간, cvc번호, 이름, 생년월일, 결제 비밀번호를 단계별로 입력해야 한다. 중간에 프로그램을 설치하는 경우 이 절차를 몇 번이고 반복해야 할 때도 있다.
비트코인으로 온라인에서 물건을 구매한 경기도 시흥시의 곽모씨(27·여)는 “너무 간단히 결제돼 당황스러울 정도였다”고 말했다.
사실 비트코인 대중화의 관건은 가맹점 수다. 현재 국내 오프라인 상점에서 비트코인을 사용할 수 있는 곳은 100여곳으로 추산된다.
미국이나 유럽에 비하면 국내 비트코인 시장은 걸음마 단계다. 비트코인 전문매체인 코인데스크에 따르면 지난 3분기 기준 비트코인 결제를 도입한 글로벌 상점은 7만 곳을 넘어섰다. 올해 말까지 9만여 곳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CJ E&M은 “콘텐츠 플랫폼 특성상 소액결제가 많아 신용카드보다 비트코인이 편리한 측면이 있다”며 “비트코인 결제는 신용카드나 휴대폰 결제가 어려운 국내 거주 외국인이나 해외 거주자들도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 블록체인 기술 우수…개인정보 유출 ‘제로’= 비트코인 대중화에서 마지막으로 넘어야 할 산은 해킹 우려다. 비트코인에는 블록체인이라는 보안기술이 적용된다. 이 기술은 영국 중앙은행인 영란은행을 비롯한 각국 금융기관과 연구소, 기업 등에서 주목할 정도로 기술적 완성도가 높다. 영란은행은 “블록체인 기술이 금융시장에 적용되면 거래의 투명성이 보장되고 거래 수수료가 크게 저렴해질 것”이라고 평가했다.
블록체인은 거래에 대한 모든 기록을 블록에 남기고 이를 모든 참가자가 공유하게 만드는 기술이다. 때문에 해킹이나 외부 간섭으로 특정한 사람의 거래 기록을 조작할 수 없다.
예컨대 A라는 사람과 B라는 기업이 주고받은 비트코인 거래에 대한 기록이 모든 사람에게 공유돼 거래내용을 속일 수 없다. 해킹을 통해 다른 사람의 비트코인을 자신의 것처럼 사용할 수도 없다. LG경제연구소 김건우 연구원은 “비트코인 기술(블록체인)의 요체는 제3의 공인기관 없이도 당사자 사이에 믿고 메시지를 교환할 수 있는 신뢰를 구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올해 초 있었던 일본 비트코인 거래소 ‘마운트곡스’의 파산도 해킹이 아닌 경영진의 횡령 때문이라는 것이 중론이다.
오히려 비트코인으로 결제하면 개인정보가 유출될 소지가 없다. 비트코인을 이용할 때에는 개인정보가 필요하지 않기 때문. 비트코인을 사고팔거나 결제에 이용할 때 주민등록번호, 이름과 같은 개인정보는 필요없다.
디지털 결제서비스 회사인 코인플러그의 윤호성 이사는 “비트코인을 사용하면 고객의 개인정보가 유출될 염려가 전혀 없다”며 “처음부터 (업체가) 보유한 정보가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동호ㆍ김혜정 비트허브 기자 kdhbh98@bithu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