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스탠다드차타드(SC)은행의 고배당 로비 논란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감사원이 금융감독원에 대한 감사에 착수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앞서 금감원은 한국SC은행에 대한 정기검사에서 총 1조1620억원에 달하는 배당금을 본사로 송금하려는 계획이 담긴 내부 문건을 확보했다.
이 문건에는 내년 3월 주주총회까지 돈을 송금한다는 목표와 함께 한국 정부와 금융당국 인사들에게 접근해 어떻게 로비하겠다는 세세한 계획까지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금감원은 이례적으로 관계자를 영국 SC그룹에 파견해 검사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면서 이번 한국SC은행 고배당 논란이 쉽게 사그라지지 않을 전망이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은 지난달 말부터 감사원의 감사를 받고 있다. 금감원 정기감사로 이번 한국SC은행 고배당 논란과는 성격이 다르다고 선을 긋고 있지만, 관피아 출신 사외이사들의 로비 논란과 함께 갖가지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이번 감사원 감사는 정기감사로 금감원의 재무현황부터 인사, 시설 등 전방위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며 “한국SC은행의 고배당 문제에 특정할 수 없다”고 항변했다.
금감원이 확보한 문건에는 한국SC은행이 1조원이 넘는 고배당을 위해 금융당국은 물론 청와대와 국회의원까지 아우르는 치밀한 로비 계획이 담겨 있다. 로비 활동에는 전직 고위 관료 출신 사외이사들을 활용한다는 내용이다.
영국 본사에는 한승수 전 국무총리가 지난 2010년부터 비상임이사을 맡고 있다. 또 금융감독원 은행감독국장을 역임한 박창섭 부행장 역시 눈에 띄는 인물이다. 권태신 전 국무총리실장(장관급)은 이사회 의장, 정기홍 전 금융감독원 부원장과 이광주 전 한국은행 부총재보(이사) 등이 SC은행의 사외이사로 각각 활동하고 있다.
한편 금감원은 한국SC은행을 대상으로 검사를 벌이고 있는 가운데 최근 관계자를 영국으로 파견한 것으로 확인돼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금감원 직원이 외국계 은행 검사를 위해 직접 현지로 나가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이번 영국 본사 파견이 한국SC은행 관련 검사 차원인지는 명확하지 않다. 그러나 현재 담당 부서 직원들이 한국SC은행 종합검사를 위해 모두 한국 본사에 있는 점을 감안하면 이 관계자 역시 한국SC은행과 관련한 내용으로 출장 갔을 가능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