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소비자물가가 9개월만에 최저로 내려앉았다. 1년 전보다 1.0% 오르는 데 그치며 이젠 1%대 마저 위협받고 있는 모습이다. 물가상승률이 2%를 넘지 못하는 저물가 상황이 2년1개월째 계속되면서 경기침체 속에 물가가 하락하는 ‘디플레이션(deflation·지속적인 물가하락) 공포’도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2일 통계청이 발표한 11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작년 같은달 보다 1.0% 상승하며 0% 진입에 바짝 다가섰다. 이는 올해 2월(1.0%) 이후 9개월래 최저치다. 전월 대비로는 0.2% 떨어졌다. 9월(-0.1%), 10월(-0.3%)에 이어 석달 연속 하락세다. 이로써 2012년 11월 시작된 1%대 저물가 행진은 25개월째 이어졌으며 한국은행의 물가안정목표(2.5~3.5%)와도 점점 더 멀어지게 됐다.
이처럼 소비자물가가 1%대를 간신히 지켜낸 것은 국제유가가 급락한데다, 농산물 가격 내림세가 계속된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통계청 관계자는 “국제유가가 떨어지면서 국내 석유류 가격이 많이 내려갔고 지난해 전기요금 인상 효과가 없어진 가운데 여행 비수기 등 요인이 겹쳐서 물가 상승폭이 둔화됐다”고 말했다.
생활물가지수는 작년보다 0.7% 상승해 4개월 연속 1%를 밑돌았고, 신선식품지수는 1년 전보다 5.2% 하락해 15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나타냈다. 특히 신선과실(-11.4%)과 신선채소(-5.7%)의 하락 폭이 컸다. 다만 신선어개(4.7%)와 기타신선식품(3.3%)은 올랐다. 농산물 및 석유류를 제외한 근원물가 상승률도 각각 1.6%, 1.3% 오르는 데 그쳐 모두 작년 8월 이후 1년 3개월만에 최저 상승률을 기록했다.
품목성질별로 보면 공업제품은 작년 같은 달보다 0.1% 떨어졌다. 운동복(9.5%), 햄(14.4%) 등은 올랐으나 휘발유(-7.5%), 경유(-8.9%), 자동차용 LPG(-7.7%) 등이 내려간 영향이다. 도시가스(4.8%)와 상수도료(0.6%), 지역난방비(0.1%) 등은 일제히 올라 전기·수도·가스는 1년 전보다 2.1% 상승했다.
농축수산물도 작년 같은달보다 0.1% 하락했다. 돼지고기(15.3%), 국산 쇠고기(7.5%) 등 축산물은 8.7% 올랐지만 양파(-35.5%), 파(-20.7%), 사과(-17.5%) 등 농산물이 6.2%나 크게 떨어졌다. 서비스는 1년 전보다 1.6% 올랐고 전월 대비로는 0.1% 내렸다. 공공서비스는 작년 동월보다 0.8% 올랐다. 이는 하수도료(11.8%), 외래진료비(1.8%), 시내버스료(1.7%) 등이 상승한 데 따른 것이다.
개인서비스도 작년 같은 달보다 1.8% 올랐다. 학교급식비(-6.2%)와 국내 단체여행비(-6.6%), 가정학습지(-2.5%) 등은 내렸지만 고등학생 학원비(3.5%), 공동주택관리비(2.9%), 미용료(4.5%) 등은 올랐다. 집세는 작년 동월보다 2.2% 올랐다. 전세(3.0%)와 월세(0.6%)가 모두 상승했다.
기획재정부는 올해 12월 물가는 1%대 초반의 상승률이 지속되면서 올해 평균 1%대의 안정적인 모습을 보일 것으로 내다봤다. 손웅기 기재부 물가정책과장은 “국제유가는 양호한 수급여건으로 당분간 낮은 가격 수준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농축산물은 겨울철 한파 등 기상 악화 때 가격 상승 우려가 있다”면서 “동절기 물가 안정을 위해 물가 불안요인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물가 구조 개선 노력을 지속 추진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