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보조 맞추기식의 정책금융 상품들이 매 정권마다 쏟아져 나오고 있지만 대부분 대통령의 임기와 함께 흐지부지되고 있다. 이명박 정부 시절 금융회사들이 앞다퉈 내놓은 녹색금융 상품은 일부 판매가 중지되는 등 박근혜 정부 들어 찬밥 신세를 면하지 못하고 있다.
비단 녹색금융만이 아니다. 김대중 정부의 벤처 육성책, 노무현 정부의 동북아 금융허브 정책, 이명박 정부의 서민금융 정책 등 캠페인 성격의 대형 금융정책 역시 현 정권에서 찾아볼 수 없는 실정이다.
대표적인 정부 코드 맞추기식 콘텐츠인 녹색금융은 2008년 이명박 전 대통령이 국가 비전으로 저탄소 녹색성장을 제시하고 이듬해 대통령 직속 녹색성장위원회가 출범하면서 주목받았다. 시중은행들은 고객이 정상적인 금융활동을 하면서 금융회사의 자금운용과 기업의 경영활동이 친환경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유도하는 금융상품을 잇달아 출시했다.
녹색금융은 2009년 4월 은행, 증권, 보험 등 전 영역의 금융사가 모여 녹색금융협의회까지 만들었지만 경제 상황 악화 등으로 금융기관의 관심에서 멀어져 2012년부터 신상품 출시도 뜸해진 상태다. 한때 전 은행권에서 40여개까지 출시됐던 녹색 예·적금은 상당수 판매가 중단되거나 실적이 급감했다.
우리은행이 2008년 출시한 ‘저탄소녹색통장’은 2009년 기준 잔액이 5941억원이었지만 지속적으로 감소해 지난해 말 493억원에 그쳤다. 2009~10년 한시적으로 판매된 기업은행의 ‘녹색성장예금’ 판매 실적은 2009년 1조5641억원에서 2010년 9월 말 6205억원으로 줄었다.
정부의 자전거 장려 정책에 맞춰 만들어졌다 사라진 상품도 있다. 우리은행은 2009년 ‘자전거정기예금’을 출시해 그해 2조2960억원의 실적을 기록했지만, 이듬해 895억원으로 급감한 뒤 2013년 말 4억원을 마지막으로 판매를 중지했다. 농협은행의 ‘두바퀴행복채움’도 지난해 판매가 중지됐다.
친환경 기업을 위한 녹색대출도 급격히 줄었다. 2011년 출시된 신한은행의 ‘신녹색기업대출’ 실적은 그해 3278억원에서 2013년 983억원으로 줄었고 2009년 출시된 우리은행의 ‘우리사랑녹색기업대출’도 2010년 잔액이 497억원이었지만 지난해 말 171억원으로 감소했다. 국민은행의 ‘그린그로스론’은 2011년 1조3798억원에서 지난해 7945억원으로 줄었다.
녹색금융의 경우 혜택이 대기업에 집중됐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새정치민주연합 김기식 의원이 국정감사에서 공개한 산업은행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0년부터 올해 6월까지 산은이 녹색성장 및 녹색금융을 통해 지원한 6조4861억원 가운데 대기업에 지원된 금액은 3조9166억원(60%)인 반면 중견기업은 1조3332억원(21%), 중소기업에는 1조2362억원(19%)이 각각 지원됐다. 녹색금융 부실도 크게 증가해 2010년 230억원에서 2013년에는 1075억원으로 4.6배 늘었다.
김 의원은 “이명박 정부에서 정책 목표로 녹색성장을 강조했고 정책금융기관은 성과를 내기 위해 무리하게 지원했다”며 “부실 최소화 대책이 급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