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팬지의 대모’ 제인 구달(80) 박사는 25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에서 기자들을 만나 “경제 개발이 환경보호 보다 앞서는 것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제14회 김옥길 기념 강좌’의 일환으로 이날 이화여대를 찾은 구달 박사는 “경제 발전이 어느 정도 이뤄지고 나서야 사람들이 환경 보호에 관심을 갖고 그동안 무엇을 해왔는지 반성하고는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어 “사람들의 의식이나 마음 자세가 바뀌는 것은 굉장히 어렵다”며 “이 때문에 인간뿐 아니라 다른 동물들도 위대하다는 것을 알게 되기까지도 시간이 많이 걸린다”고 덧붙였다.
영국 출신인 구달 박사는 1960년대부터 아프리카 탄자니아에서 침팬지와 함께 지내며 연구활동을 한 세계적인 동물학자다. 그는 1980년대 후반부터는 환경운동에 헌신하고 있다. 현재는 동물·이웃·환경을 위한 ‘뿌리와 새싹’이라는 운동을 펼치고 있다.
구달 박사는 이날 생태와 환경 보전이 왜 중요한지 강조했다. 특히 우리 일상생활에서 변화가 있어야 생태 및 환경 보전이 제대로 이뤄질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우리가 물건을 구입할 때 이 물건이 어디서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얼마나 긴 거리를 왔는지, 동물을 학대하며 생산된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본다면 변화를 이뤄낼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많은 나라에서 수족관에 돌고래나 고래를 가둬두고 전시를 하는데, 동물들에게 이는 지옥”이라며 “수족관의 돌고래 쇼가 TV에 나오는 것을 볼 때마다 슬프다. 이런 공연을 보러 가지 않는 운동을 펼친다면 변화가 일어날 수 있다”고 역설했다.
생태적인 문제를 거론할 때에는 우리나라의 DMZ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구달 박사는 “많은 중요한 종들이 DMZ에 산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DMZ를 세계평화공원이 아닌 세계생태평화공원으로 추진하기로 했다는데, 이곳을 생태적으로 보전하면 남북이 평화를 이뤄가는 데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화여대 학생들을 대상으로 ‘희망의 씨앗’이라는 주제로 강연을 했다.
구달 박사는 “데이비드는 침팬지도 도구를 사용한다는 놀라운 발견을 가능하게 한 바로 그 인물”이라며 “우리와 동물 사이에는 선명한 선이 있는 것이 아니라 정도의 차이만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구 역사상 가장 머리 좋은 동물은 우리 주변을 이토록 망가뜨리며 살고 있다”며 “우리는 당장 눈앞의 주주총회나 선거만 생각하느라 미래 세대에 끼칠 영향을 생각하는 지혜를 잃어버린 것 같다”고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해다.
하지만 인간의 불굴 의지와 기술력, 자연의 놀라운 회복력 등을 근거로 희망은 여전히 있다고 강조하면서 “어린 친구들이 뜻을 갖고 일을 시작하고, 우리가 귀를 기울여준다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대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