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인권 문제를 사상 처음으로 국제형사재판소(ICC)에 넘기도록 하는 내용의 유엔 총회 결의안이 18일(현지시간) 채택됐다.
유엔 총회에서 인권문제를 담당하는 제3위원회는 이날 뉴욕 맨해튼 유엔본부에서 유럽연합(EU) 등 60개국이 공동으로 제안한 북한 인권 결의안을 표결에 부쳐 찬성 111표, 반대 19표, 기권 55표로 통과시켰다. 이에 따라 북한 인권 결의안은 다음 달 중 유엔 총회 본회의에서 공식 채택되는 형식적인 절차만을 남겨두게 됐다.
이날 3위원회 회의에서 유엔 회원국 대부분이 참가한 것을 감안하면 본회의에서 표결이 이뤄지더라도 결과는 변함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인권과 관련한 결의안은 2005년부터 10년 연속으로 채택돼왔다. 그러나 이번에는 이전에는 없었던 강도 높은 내용이 포함돼 지난해까지와는 다른 강도의 압박이 북한에 가해질 전망이다.
결의안은 먼저 북한에서 조직적으로 벌어지는 고문, 공개처형, 강간, 강제구금 등에 대한 우려를 표명한 데 이어 책임 규명을 위한 구체적인 조치를 담았다. 북한에서 반인도적 범죄가 최고위층 정책에 따라 자행되고 있고 이 같은 인권 상황을 ICC에 회부해 최고 책임자들을 제재할 것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건의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유엔이 인권 문제와 관련해 ‘ICC 회부 권고’를 결의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북한은 이 같은 결의안이 채택되는 것을 막으려고 억류 미국인을 석방하고 인권 문제 해결을 위해 국제사회와 대화할 의사가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쿠바는 ‘ICC 회부’라는 표현은 다른 개발도상국에도 적용될 수 있는 위험한 선례가 될 수 있다며 이를 제외한 수정안을 제출했지만 부결됐다.
유엔 총회의 결의안은 구속력은 없지만, 국제사회가 북한 인권 유린의 심각성에 대해 공감하고 개선을 위한 구체적인 조치까지 언급했다는 점에서 북한에는 큰 압박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날 제3위원회를 통화한 북한 인권 결의안은 다음 달 유엔총회 본회의 의결을 거친 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에 전달될 예정이다.
그러나 안보리가 이 결의안대로 북한 인권 문제를 ICC에 회부할 지는 불투명하다. 안보리는 유엔 총회의 결의를 따라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9개 이사국이 결의안을 발의하면 공식 안건으로 상정된다. 다만, 중국 등 상임이사국이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어 실제 채택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