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와 중국이 에너지 분야 협력 등을 포함한 17건의 협력문서에 서명해 밀월관계를 거듭 확인했다고 9일(현지시간) 주요 외신들이 보도했다.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차 중국을 방문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베이징에서 이날 저녁 별도의 양자회담을 한 뒤 협력문서에 서명했다. 양국 정상회동은 지난해 3월 시 주석이 국가주석에 취임한 직후 모스크바를 방문해 푸틴 대통령과 만난 이후 이번이 10번째가 된다.
러시아 이타르타스통신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과 시 주석이 지켜보는 가운데 러시아 국영가스업체 가스프롬과 중국석유 천연가스공사(CNPC) 간 가스공급과 관련된 협정이 이뤄졌고 ‘서부 노선’을 이용한 가스공급 사업에 대한 양해각서(MOU)도 체결됐다. 러시아는 내년 상반기를 계약 체결 시점으로 잡고 중국 측과의 협상을 계속하고 있다. 가스공급 시점은 2019년으로 예상하고 있으며 양국은 이 사업을 통해 서부 노선을 통한 가스 공급량을 1000억㎥까지 늘릴 계획이다.
지난 5월 양국은 러시아 시베리아ㆍ극동 지역에서 생산되는 가스를 극동 블라디보스토크까지 연결되는 ‘시베리아의 힘’ 가스관과 중국 동북 지역으로 이어지는 ‘동부 노선’ 지선을 이용해 중국으로 공급하는 사업에 관한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이 계약으로 러시아는 중국에 연간 380억㎥의 천연가스를 30년 동안 공급할 예정이며 계약규모는 4000억 달러(약 437조4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한 서방과의 갈등을 겪는 러시아는 유럽행 가스 수출이 차질을 빚을 것에 대비해 아시아로의 가스 수출 확대에 관심을 두고 있다. 중국은 ‘에너지 블랙홀’로 불리며 지속적 경제성장을 위한 안정적 에너지 공급처 확보 차원에서 러시아와의 협력 확대에 집중하고 있다.
이날 APEC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베이징에 도착한 푸틴 대통령은 “세계를 국제법 틀 내에 머물도록 하고 좀 더 안정적으로 만들려면 러시아와 중국의 협력이 아주 중요하다”고 시 주석과의 회담에서 강조했다. 이는 미국의 일방적 외교 정책과 개입주의에 맞서 러시아와 중국이 공동 대응해야 한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시 주석 역시 “국제 정세에서 어떤 변화가 일어나도 중국과 러시아는 기존 (협력)노선을 유지하면서 서로에게 이익이 되는 다면적 협력을 확대하고 심화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