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대규모 장기투자가 필요한 산업을 지원하기 위해 재정을 투입해 조성하는 정책펀드 운용이 곳곳에서 허점을 드러내고 있다. 실적부진이나 유사ㆍ중복 투자, 목적이 맞지 않은 재원 활용 등 총체적인 부실을 안고 있음에도 내년 예산 지원액은 올해보다 50% 이상이나 늘어났다. 민간투자를 이끌어내 핵심 국정과제인 창조경제를 구현하고 유망서비스산업을 키우겠다는 취지는 이해하지만 세금이 들어가는 정부사업인만큼 낭비요소를 줄이기 위한 지출 효율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6일 기획재정부와 국회에 따르면 내년도 투자조합 출자사업의 전체 예산은 올해(3005억원)보다 52.7%이 늘어난 4590억원이 편성됐다. 투자조합 출자사업이란 정부가 투자조합에 출자해 펀드를 조성하고, 이렇게 만든 펀드를 통해 정책 목적에 맞게 투자를 하는 재정사업이다.
정부는 정책펀드가 민간과 정부 간 매칭 펀드로 조성되기 때문에 관련 예산을 늘리면 민간투자를 더 유도하는 효과가 있다고 보고 있다. 지난달 29일 내년도 예산안에 대한 박근혜 대통령의 시정연설에서도 창조경제밸리펀드, 창조관광펀드 등의 정책펀드 사업이 창조경제와 내수활성화를 위한 주요사업으로 강조됐다.
하지만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와 예산정책처 등은 내년 투자조합 출자사업에 대한 예산 편성 규모를 재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정부는 판교지역 창조경제밸리에 속한 벤처·창업기업 등에 지원하는 창조경제밸리펀드 출자에 100억원의 예산을 신규 책정했지만 이는 용도에도 맞지 않은 방송통신발전기금을 재원으로 활용한 것이었다. 예결위 관계자는 “미래창조과학부는 창조경제밸리 내 방송통신과 관련 기업에 대해서만 지원할 계획이라고 했지만 이는 당초 취지에도 어긋날 뿐만아니라 형평성 문제도 제기된다”고 말했다.
중소ㆍ벤처기업 육성 엔젤투자매칭펀드은 올해보다 예산이 67% 늘어났음에도 지난 2011년부터 8월말 현재까지 투자집행률이 21.3%로 극히 부진해 실효성에 의문부호가 붙는다. 올해보다 예산지원이 200%나 증액된 위풍당당콘텐츠코리아펀드 출자사업 역시 8월말 기준으로 올해 결성계획 자펀드 중 애니·만화·캐릭터분야 1개의 자펀드만 결성돼 있을 뿐이다.
이에 대해 기재부 관계자는 “투자조합 출자사업은 보조금처럼 바로 지급되지 않고 자펀드 결성이나 운용사의 투자기업 선정 등의 절차가 있어 지원이 이뤄지기까지 다소 시간이 걸리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