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 년간 빗장이 닫혔던 미국의 원유 수출길이 본격적으로 개방될 것이라는 전망이 고조되고 있다.
BHP빌리턴이 미국 정부로부터 어떤 별도의 허가를 받지 않고도 텍사스에서 5억 달러(약 5376억원) 규모의 초경질원유를 조만간 수출하게 됐다고 4일(현지시간)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이 때문에 BHP빌리턴의 수출로 사실상 원유 수출 금지 조치가 폐지되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지난해부터 미국내 셰일가스 개발에 투자해온 BHP빌리턴은 이날 텍사스에서 생산한 65만 배럴 규모의 초경질원유를 해외 바이어에게 판매하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회사 측은 바이어에 대한 세부적 정보는 공개하지 않았으나 사정에 정통한 소식통에 따르면 스위스 대형 석유전문거래사인 비톨SA가 BHP의 초경질원유를 사들인 것으로 보인다. 초경질원유는 휘발유나 다른 연료로의 정제 과정을 거치지 않은 원유를 말한다.
WSJ는 BHP빌리턴이 이번 수출 계약에 있어서 미국 당국의 공식적인 허가 절차를 밟지 않았다는 점에 주목했다. 미국은 물론 국제 시장에서 내로라하는 메이저 업체인 BHP가 미국에서 생산한 원유를 별도의 정부 승인 없이 해외로 수출하는 것은 40년 만에 처음이기 때문이다.
미국은 지난 1970년대 중반 오일쇼크가 발생하자 1975년 에너지정책 보호법을 제정해 미국산 원유의 해외 수출을 제한해왔다. 다만 휘발유와 경유와 같은 정제 연료 수출은 허용하고 있다. 원유 수출을 원하는 기업은 정부로부터 별도의 허가를 받아야 하며 이 경우는 극히 드물었다.
그러나 지난 수년간 셰일가스 개발 붐이 본격화되면서 원유 수출 금지 조항에 대해서 워싱턴 정가에서도 의견이 갈리고 있다고 WSJ는 전했다. 미국 최대 정유업체 엑손모빌을 포함해 에너지 업계에서는 원유 수출이 일자리를 창출하고 무역수지를 개선하는 데 긍정적 역할을 할 것이라며 해당 금지 조항을 없애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일각에서는 원유 수출이 미국 내 유가 상승을 부추길 것이며 이는 서민경제에 직격타로 이어져 표심에 악영향을 미칠 것을 우려하고 있다고 WSJ는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