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일모직은 지난달 31일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위한 증권신고서를 금융감독원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희망 공모가액은 4만5000~5만3000원이며 총 공모 주식수는 2874만9950주다. 공모 주식은 구주 매출 1874만9950주, 신주 발행 1000만주이며 구주 매출에 참여한 주주사는 삼성카드(624만9950주), 삼성SDI(500만주), KCC(750만주)다.
KCC는 제일모직의 지분 17.0%를 갖고 있는 2대 주주다. KCC가 제일모직 상장에 처분하는 주식은 지난 2011년 금융산업의 구조개선에 관한 법률(금산법) 개정에 따라 삼성카드가 갖고 있던 삼성에버랜드의 지분을 인수한 것 중 일부다. 당시 여러 업체들이 삼성에버랜드의 2~3년 내 상장을 보장해 달라는 의미의 바이백옵션을 요구하며 지분인수를 시도했지만, 결국 상장과 관련해 아무런 조건을 내걸지 않았던 KCC가 낙찰됐다. 이 과정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정몽진 회장, 정 회장의 동생인 정몽익 사장의 친분도 작용한 것으로 전해진다.
KCC로서는 상장 차익보다 배당을 노린 것이었으나 이번 제일모직 상장 결정으로 소위 대박을 맞게 됐다. 당시 KCC는 주식 64만1123주 가운데 42만5000주를 매입했다. 주당 인수가격은 182만828원, 총 인수금액은 약 7739억원이다. 해당 주식은 제일모직이 상장을 앞두고 액면가 5000원 주식을 100원으로 분할하면서 2125만주로 불어났다. 이에 따른 취득단가는 3만6000원대로 낮아진다.
제일모직의 주당 희망 공모가를 적용할 경우 KCC가 보유한 총 지분가치는 1조원을 웃돌 전망이다. 공모가가 5만원으로만 결정돼도 1000억원 넘는 차익 실현이 예상된다. 또 남아있는 주식을 더하면 평가차익은 3000억원 안팎으로 불어난다. 여기에 제일모직이 상장 이후 추세적 상승을 이어간다면 KCC가 챙길 차익 규모는 더 늘어나게 된다.
이에 따라 재계에서는 3년여 만에 3000억원 이상의 대박을 낸 정몽진 회장의 선견지명에 주목하고 있다. 정 회장은 2008년에도 한라그룹이 자동차 부품 자회사이던 만도를 되찾는 과정에서 백기사로 나서 2670억원을 투자했다가 만도의 지분을 팔아 7815억원을 벌어들인 선례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