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이 일본은행(BOJ)의 추가 양적완화 결정에 폭등했다.
31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일보다 13.0원이나 오른 1068.5원에 거래를 마쳤다. 원·달러 환율이 이처럼 큰 폭으로 오른 것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양적완화 축소를 단행한 지난 2월 3일(달러당 14.1원 상승)이후 9개월 만에 처음이다.
환율은 이날 2.4원 내린 달러당 1053.1원에 출발한 후 오전 11시 정도까지만 해도 하락세를 띠었다. 월말을 맞은 수출업체 네고 물량이 유입된 데 따른 것이다.
그러나 일본은행이 이날 열린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깜짝’ 추가 양적완화를 결정하자 원·달러 환율은 수직 상승했다.
교토통신에 따르면 일본은행은 1년간 매입하는 자산을 현재의 약 60~70조엔에서 80조엔으로 늘려 시중 자금량을 확대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엔화 가치가 하락하면서 달러·엔 환율이 큰폭으로 올랐고 원·달러 환율도 이에 연동돼 급등했다.
달러·엔 환율은 111엔을 넘었다. 이는 2008년 1월 이후 6년 9개월여 만에 처음이다.
원·달러 환율은 전날에도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양적완화를 종료하기로 결정하자 8원 넘게 급등한 바 있다. 선진국의 양적완화 조치에 한국 외환시장은 ‘고래 싸움에 새우등 터지는 격’으로 이틀 연속 요동을 쳤다.
경제 전문가들은 일본은행의 추가 양적완화 결정이 국내 수출기업에 타격을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엔저 기조가 심화하면 국내 수출기업이 일본 기업과의 가격 경쟁력에서 불리해지기 때문이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일본의 추가 양적완화가 엔화 약세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수출에 타격이 클 것으로 보인다”며 “일본 기업들이 최근까지는 엔화 약세에도 수출 단가를 그만큼 내리지는 않았지만, 앞으로는 수출 단가 자체를 내릴 것이다. 이렇게 되면 일본과 경합도가 높은 한국의 자동차, 철강, 기계 업종의 가격 경쟁력이 떨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원·엔 재정환율은 이날 오후 4시 14분 6.92원 하락한 100엔당 962.27원을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