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최대 전자상거래업체 알리바바의 뉴욕증시 대박 이후 중국 IT 업계에 대한 글로벌 은행들의 관심이 뜨겁다.
특히 이들의 관심은 이제 알리바바를 넘어 ‘중국판 애플’로 불리는 스마트폰 제조업체 샤오미에 쏠리고 있다고 29일(현지시간)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소위 내로라하는 유명은행들이 서로 앞다투어 샤오미에 대출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샤오미는 최근 해외 진출을 위해 창업 이래 처음으로 처음 해외 자본에 발을 들였다. 회사는 외국계 은행을 포함 29개 은행에서 10억 달러(약 1조540억원)에 대한 3년 신디케이트론을 받았다. 이는 지난해 22개 은행으로 부터 대출을 받은 알리바바보다 더 많은 은행들에게 ‘러브콜’을 받은 것이라고 WSJ는 전했다. 대출조건도 파격적이다. 이들은행은 샤오미 대출 금리를 리보(런던 은행간 금리) 금리에 2.325%포인트 더한 수준으로 책정했다. 샤오미와 비슷한 신용등급의 기업은 통상 리보금리에 2.5%포인트를 더한 금리를 책정받는다.
샤오미는 이번 대출을 통해 수혈된 자금을 바탕으로 중국을 넘어 인도, 인도네시아 등에 진출할 방침이다. 대출 절차는 31일 모두 마무리될 예정이다.
이번 샤오미 자금 수혈에 나선 은행들이 모두 이름만 들으면 알 정도의 글로벌 은행이다. 자국은행인 중국 공상은행의 자회사 ICBC아시아는 물론 미국 JP모건체이스, 모건스탠리와 골드만삭스가 대출은행으로 나섰다. 여기에 브라질 방코도브라질, 일본의 미쓰비시UFJ, 스위스 크레디트스위스(CS), 독일 도이체방크도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이렇게 글로벌 유명은행들이 샤오미에 돈을 빌려주려 안달 난 이유에는 샤오미의 기업공개(IPO)에 대한 기대감에 있다고 WSJ는 전했다.
지난해 알리바바는 22개 은행으로부터 80억 달러를 대출받았다. 당시 해외 은행들이 알리바바 IPO 주간사 자리를 기대하며 앞다퉈 대출에 나섰다는 것이 업계 설명이다. 알리바바의 250억 달러 대박 IPO 주간사는 CS, 도이체방크 골드만삭스 모건스탠리 JP모건 씨티그룹 등 6곳이다. 이들 모두 지난해 알리바바에 대출을 해줬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들은 다른 투자거래보다 낮은 이자를 책정하고 이를 통해 고객사와 친밀한 관계를 형성, IPO나 인수·합병(M&A) 주간사 자리를 따내고 있다. 특히 이들 은행은 샤오미가 당장 IPO에 나설 것으로는 보지 않고 있지만, 미래를 위해 투자에 나선 것이라고 WSJ는 지적했다.
줄리앙 베가세 드 뎀 모건스탠리 채권자본시장 아시아·태평양 대표는 “투자은행들은 중국 IT 기업에서 미래의 사업적 기회를 보고 있다”면서 “신디케이트론에 참여하는 것이 해당 기업과의 관계 형성에 좋은 방법”이라고 말했다.
※ 용어설명 신디케이트론
다수의 은행으로 구성된 차관단이 공통의 조건으로 일정 금액을 차입자에게 융자해 주는 중장기 대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