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미국이 지난해 파이로프로세싱(건식처리) 공동연구에 대한 추가 합의과정에서 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의 전단계로 볼 수 있는 ‘형상변경’을 적절한 시점에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합의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따라 현재 진행 중인 한ㆍ미 원자력협정 개정 협상에서 연구ㆍ개발을 목적으로 한 사용 후 핵연료의 형상 변경 및 재처리가 미국의 포괄적 사전동의 하에 허용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연합뉴스는 29일(현지시간) 미 국무부 홈페이지를 통해 입수한 ‘한미 핵연료주기 공동연구 합의’ 문서를 통해 미 국무부는 지난해 7월19일자로 주미 한국대사관을 통해 우리 정부에 5개 항의 합의를 요청했고 우리 정부는 같은달 22일 이를 수용했다고 보도했다.
미국이 요구한 5개 항은 △국제원자력기구(IAEA) 세이프가드(안전조치) 준수 △평화적 이용 △기술의 물리적 보호 △제3자에 기술 재이전 금지 △재처리 및 형상 변경 관련 조항이다.
미국은 이 가운데 재처리 및 형상 변경 관련 조항에서 파이로프로세싱 기술과 관련 장비는 연구·개발용도에 사용된다는 점을 명시하고 양국의 합의가 없는 한 어떤 핵물질도 형상과 내용을 변경하거나 재처리할 수 없다고 밝혔다. 형상변경은 사용후 핵연료의 형태와 내용을 변경해 재처리가 쉽도록 하는 공정이다.
미국은 다만 “연구·개발을 지속하는 과정에서 미래의 일정시점에 형상 변경이 뒤따를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한다”며 “적절한 시점에서 형상변경에 대한 동의문제를 검토한다는데 합의한다”는 조항을 넣었다.
미국은 이어 “어떤 동의절차도 국내법적 절차를 준수해야 한다”며 “양국이 합의할 경우 특정시설에서 재처리와 형상 변경을 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는 비록 파이로프로세싱 연구에 국한된 합의문이기는 하지만, 그동안 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에 완강한 입장을 보이던 미국 정부의 입장에 미묘한 변화가 있는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현재 한미 원자력협정 제8조는 재처리와 형상변경에 대해 사전동의를 요구하는 형식으로 사실상 금지하고 있다.
한 외교소식통은 “한국 측은 연구·개발과정에서 미국의 동의 없이는 사용 후 핵연료를 만질 수가 없다”며 “따라서 미국이 형상 변경을 허용하면 사용 후 핵연료 처리 관련 연구와 개발에 매우 긍정적 의미를 가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