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보수당이 추진한 2017년 유럽연합(EU) 탈퇴 국민투표시행법 제정이 연립정부 파트너인 자유민주당의 반대로 무산됐다.
텔레그래프 등 영국 현지 언론은 28일(현지시간)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가 이날 자유민주당이 국민투표시행법 지지에 대한 대가로 주택보조금 제도의 개혁을 요구하자 이 법안의 추진을 포기했다고 전했다.
이 법은 캐머런 총리가 내년 총선에서 승리하면 치르겠다고 약속한 '2017년 이전 EU탈퇴 국민투표'를 총선 결과와 관계없이 무조건 실시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연정을 구성하는 두 당은 입법 무산의 책임을 떠넘기며 서로를 비난했다.
보수당은 자유민주당의 요구대로 주택보조금 제도를 손보려면 10억 파운드(약 1조 6900억원)의 막대한 예산이 필요하다면서, 자유민주당이 터무니없는 요구를 내세워 의도적으로 EU탈퇴 국민투표법을 무산시켰다고 주장했다.
법안을 제안한 보수당 밥 닐 의원은 "자유민주당은 하원에서 법안에 반대표를 던질 용기가 없다"고 꼬집었다.
하지만 자유민주당은 보수당이 애초부터 이 법에 소극적이었다고 주장했다.
보수당은 EU 탈퇴 국민투표 실시를 내년 총선의 핵심 공약으로 내세우려고 생각했는데 시행법이 제정되면 선거 운동의 동력이 약해진다고 우려하고 있다는 것이다.
말콤 브루스 자유민주당 부당수는 "보수당은 법안을 싸구려 의자처럼 접어버린 뒤 우리에게 책임을 떠넘기려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