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의 불건전 영업행위에 대한 금융당국의 감독 부실이 도마에 올랐다. 올 초부터 ‘꺾기’(구속성 상품 판매) 감독을 강화하며 각종 대책을 쏟아내고 있지만 ‘공염불’에 그치고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제도의 허점을 이용해 은행들이 기업들에게 ‘갑의 횡포’를 벌이고 있어 전면적인 실태 조사와 대대적 제도 정비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현재 은행들은 중소기업과 신용등급 7등급 이하 개인에 대해 ‘1%룰’을 적용하고 있다.
대출고객의 의사와 관계없이 대출 실행일을 전후 1개월 내 판매한 예·적금, 보험, 펀드 등 월 단위 환산금액이 대출금액의 1%를 초과하는 경우 꺾기로 간주해 규제하고 있는 것이다.
‘1%룰’에 저촉될 경우 컴퓨터 시스템상 대출 진행이 불가능하다. 그러나 단 하루라도 기간을 피하게 되면 규제대상에서 제외된다. 언제든지 악용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는 얘기다. 지난해 의심 사례만 5만4585건이나 발견됐다. 규모도 여신거래액의 절반에 해당하는 5조1110억원에 달한다.
이운룡 새누리당 의원은 “금감원이 건별 검사를 하지 않는 이상 현재 시스템으로는 꺾기 여부 판명이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꺾기가 의심돼 조사해 봐야 할 거래 대상이 이렇게 많다는 점에서 금융당국 감독에 허점이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금융당국도 꺾기 근절을 위해 다양한 대책을 쏟아내고 있다. 올 초 금융위원회는 꺾기 행위에 대한 처벌을 강화했다. 꺾기 1건당 2500만원(직원 25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하고 꺾기 금액과 고의·과실 여부를 고려해 건별로 제재를 가한다.
꺾기 수취가 50건 이상이고 위반 점포 비율이 10% 이상이면 기관경고 이상, 30건 이상이면 기관주의를 받는 식이다. 특히 고객 피해가 큰 보험·펀드 꺾기, 상시 근로자 49인 이하의 영세한 소기업에 대한 꺾기는 더 높은 과태료를 적용하고 있다.
문제는 이같은 방안들이 실질적인 효과를 거두지 못한다는 것이다.
당국의 ‘눈’을 피해 꺾기가 여전히 기승을 부리고 있어 관련 규제를 대대적으로 보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은행 내부에서도 꺾기 관행을 없애기 위해 성과평가 체계를 개선하고 조직문화를 개선하려는 노력을 병행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최수현 금융감독원장은 국정감사에서 “올 초 제도를 대대적으로 개선했는데 현장에 안착하기까지는 인내심이 필요하다”며 “감독업무 중점 과제로 추진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