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정유사들이 주력사업인 정유부문에서 잇따라 적자를 내면서 찬바람이 불고 있다. 국내 정유 ‘톱 3’의 올해 정유부문 손실을 더할 경우, 총 1조5000억원 규모에 달할 것이라는 게 증권가의 전망이다. 다만 앞으로 추가적인 유가 하락은 제한적인 만큼 이전 분기보다는 개선된 실적을 올릴 것이란 관측도 있어 관심이 집중된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27~28일 3분기 실적을 발표한 SK이노베이션과 에쓰오일 모두 정유부문에서 수천억원대의 적자를 기록했다. 최근 유가 하락에 정제마진이 악화하고 이에 재고평가 손실이 확대되면서 본업인 정유부문 손실이 늘어난 영향이 컸다.
국내 정유사들은 국제 시장에서 원유를 구매해 국내에 들여와 정제하는 데까지 약 한 달가량의 시간이 걸린다. 한 달 전 비싸게 산 원유를 유가가 떨어지면 싼값에 팔아야 하기 때문에 정유사로서는 손해일 수밖에 없다. 두바이유 기준 정유 제품의 배럴당 복합정제마진은 1월 평균 6.55달러에서 8월 4.42달러로 32.5% 급락했다. 두바이유는 6월 말 배럴당 111.23달러까지 올랐다가 16일 83.07달러로 올해 최저가를 경신한 이후 줄곧 83~84달러 언저리를 맴돌고 있다.
업계 1위 SK이노베이션은 연결기준 매출액 16조6084억원, 영업이익 488억원을 기록했다. 2분기 적자에서 3분기 흑자전환에는 성공했으나 영업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4.6% 급감했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 1분기 350억원 흑자 이후 정유 부문에서만 2, 3분기 연속 2000억원 이상의 적자가 발생했다. 특히 2분기 2149억원에 이어 3분기 2261억원으로 적자폭이 커졌다. 전체 매출의 73%를 차지하는 정유부문이 제 몫을 하지 못하면서 윤활기유, 석유화학 등 비주력사업의 실적에 따라 전체 영업이익이 결정되고 있다.
에쓰오일 역시 마찬가지다. 에쓰오일은 3분기 영업손실 396억원으로 전분기 대비 적자를 지속했고 전년 동기 대비로는 적자전환했다. 정유부문 손실이 1867억원이나 발생한 탓이다. 에쓰오일은 지난해 2분기 이후 6분기 연속 마이너스 실적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11월 실적 발표를 앞둔 GS칼텍스도 정유부문 부진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에프앤가이드와 증권업계에 따르면 2분기 710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한 GS칼텍스는 전체 영업손실 규모는 다소 줄어들 전망이지만, 정유부문 손실은 2분기보다 확대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한편, 정유업계는 4분기 이후 정유 부문 전망에 대해 추가적인 유가 하락 가능성이 크지 않아 현재보다는 개선될 것이라는 낙관론을 제기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3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현재 정제마진은 2009년 이후 최저 수준으로 많은 기업이 자율 감산 상태에 들어갔으며, 정제마진이 추가로 급격히 하락할 가능성은 적다”고 밝혔다. 에쓰오일 역시 “한계생산 비용을 고려하면 배럴당 80달러가 바닥 수준”이라며 “더는 하락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