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한은 총재의 ‘눈치보기’

입력 2014-10-22 10:29 수정 2014-10-22 1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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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영 정치경제부 기자

기자라는 직업의 장점 중에 하나가 다른 직종에 비해 주변 눈치를 볼 필요가 훨씬 적다는 점이다. 예전만큼은 아니라고 하지만 여전히 기자의 이미지는 소신껏 당당히 사는 모습이다. 중립성과 독립성을 최고의 가치로 내세우는 중앙은행의 수장도 당연히 이런 소신주의가 필요하다. 그런데 최근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눈치’를 보느라 4개월째 서울외국환중개 대표 임명을 미루는 것을 보면 소신주의와는 멀어도 너무 멀어 아쉬움이 크다.

국내 외국환 거래의 80%가량이 이뤄지는 서울외국환중개는 금융결제원이 100% 출자한 자회사다. 이에 따라 서울외국환중개 대표는 금융결제원의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사원총회에서 결정한다. 이 사원총회는 한은 총재를 의장으로 은행장 11명으로 구성돼 있어 이 총재의 의중이 서울외국환중개 대표 선임에서 중요하다.

그런데 전임 장병화 서울외국환중개 대표가 지난 6월 한은 부총재로 임명된 후 이달 22일까지 인선 절차가 계속 미뤄지고 있다. 그 사이에 서울외국환중개에서 전산장애까지 2차례나 발생해 외환거래에 혼란을 빚기도 했다.

현 정부가 관피아 논란으로 기관장 인사에 손을 대지 못하자 이 총재도 청와대 뜻만 무한 관찰하며 용단을 내리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이 총재는 이제 눈치를 그만 보고 서울외국환중개 대표직에 적절한 인물을 선임해야 한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보낸 ‘척하면 척’이라는 신호에 이 총재가 눈치껏 사상 최저 수준으로 기준금리를 인하했다는 의혹마저 커지고 있는 상황 아닌가.

다들 알다시피 ‘한피아’(한은 출신+마피아)라는 게 있다. 모피아(재무부 출신 경제관료+마피아)의 ‘낙하산’ 범위와는 비할 바는 아니나 한은 출신들은 모피아와 암묵적인 합의하에 관례적으로 서울외국환중개 대표 자리를 비롯해 금융결제원장, 주택금융공사 부사장, 은행연합회 상무, 국제금융센터 부원장 자리 등을 꿰찼다.

능력 있는 한은 출신이 외부에서도 역량을 발휘하는 것은 환영할 일이다. 그렇지만 모피아와 나눠먹기식으로 일정 자리를 보장받는 것은 옳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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