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만 있는 '재벌'이나 '먹튀' 등의 용어가 영어로는 어떻게 표현될까?
2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외환위기 이후 외국계 투자자들이 몰려들면서 이른바 '먹튀'라는 말이 유행처럼 번졌다.
'먹고 튀기'의 준말인 '먹튀'는 금융권에선 막대한 자본으로 부실 회사를 인수했다가 수년 후 비싸게 되팔고 빠져나간 해외 투기성 자본을 표현할 때 주로 쓰인다.
국내에선 론스타나 소버린 등의 해외 자본에 대한 '먹튀'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런 의미의 '먹튀' 자본이나 투자자를 미국 등 해외에선 어떻게 표현할까?
가장 대표적으로 '먹튀'는 영어로 'eat and run'으로 쓰이고 있다. 실제 외환은행 인수와 매각 과정에서 막대한 차익을 남기고 먹튀 논란에 휩싸이던 론스타와 관련한 국제소송에서도 '먹튀'를 'eat and run'으로 언급했다.
'검은 머리 외국인'은 우리나라에서 조세회피처 등 해외에 법인을 설립하고서 국내 증시에 투자하는 외국인투자자로 가장한 내국인 투자자를 말한다. 이는 말 그대로 'a black-haired foreigner'(검은 머리의 외국인)로 표현되기도 한다.
또 '재벌'이나 '전세'는 우리나라에만 있는 용어다. 때문에 영어권에서도 '재벌'은 발음대로 'chaebol'로 쓴다. 다른 나라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전세'라는 단어도 역시 영어로 'Jeonse'로 쓰인다.
그러나 금융권에선 미국 월가 등에서 쓰는 용어가 우리나라에 들어와 그대로 쓰이는 사례가 훨씬 많다.
주식시장에서 쓰이는 '윈도 드레싱'(window dressing)과 '웩더독'(wag the dog)도 대표적인 사례다.
'진열장 장식'이라는 의미의 '윈도 드레싱'은 펀드매니저들이 월말이나 결산기를 앞두고 편드 수익률을 끌어올리려고 보유 종목의 종가를 관리하는 것을 말한다.
'꼬리가 몸통을 흔든다'는 의미인 웩더독은 주식시장에선 지수선물시장이 현물시장을 요동치게 하는 현상을 표현할 때 주로 쓰인다.
금융투자업계의 한 관계자는 "금융시장에서 쓰이는 용어 대다수는 미국 등 해외에서 들어온 채로 우리 말로 바뀌지 않고 그대로 쓰이는 것"이라며 "애널리스트(기업분석가)나 펀드매니저(펀드운용자) 등의 직업명뿐 아니라 보고서 등에도 영어가 범람하고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