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금리가 역대 최저인 2%로 내려앉으면서 예금 생활자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하루 벌어 하루 생활하는 서민이나 퇴직금을 은행에 맡기고 이자로 생활하는 베이비부머들이 가장 큰 타격이다.
이들은 지금껏 ‘실질금리 마이너스’ 시대를 접한 적이 없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친 2009년에도 기준금리는 2%까지 인하됐지만 은행 예금금리는 3%대를 상회했다.
‘실질금리 마이너스’란 말 그대로 은행에 돈을 맡기면 오히려 손해란 뜻이다. 예를 들어 정기예금 금리가 1.9%인 상품에 1억원을 맡겼을 때 연간 이자 수익은 190만원이다. 여기서 이자소득세(14%)와 주민세(1.4%) 29만2600원을 내고 나면 손에 쥐는 것은 160만7400원뿐이다. 금리로 환산하면 1.6% 정도다. 한은의 내년 물가상승률 전망치 2.4%보다 훨씬 낮다. 은행에 돈을 맡기면 앉아서 돈을 까먹는다는 얘기가 된다.
이에 최근 은행 창구는 한산하다. 상품을 찾는 문의 전화도 뚝 끊겼다.
이승은 우리은행 본점 영업부 PB(프라이빗뱅커)는 “저금리 시대 이후 예·적금을 찾는 문의전화는 거의 사라졌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에 투자자들은 은행 예금보다 단 0.1%의 수익이라도 더 주는 ‘틈새 상품’을 찾기 위해 바삐 움직이고 있다.
최근 가장 각광을 받는 것이 ‘위안화 예금’이다. 한국은행의 ‘9월 말 거주자외화예금 현황’을 보면 위안화예금 잔액은 203억5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지난해 8월까지만 해도 8억8000만 달러에 불과했지만 1년 만에 23배나 불었다. 가장 큰 매력은 단연 금리다. 중국계 외은지점에서 위안화예금 금리는 연 3.3% 수준으로 2%대인 원화예금보다 높다.
정부의 부동산 활성화 정책과 맞물려 상가ㆍ오피스텔 등 수익형 부동산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이에 은행들은 고객의 요구(니즈)에 맞춰 각종 부동산 상담 서비스를 마련하고 있다. 기업은행은 오는 29일 경기 평택으로 ‘부동산 투어’를 떠난다. 삼성전자의 평택 투자 계획이 발표되면서 지역 부동산이 들썩이자 투자 기회를 살펴보고 싶다는 고객들의 요청에 따른 것이다.
국민은행도 지난 여름부터 ‘고객과 함께하는 도심 상권 투어’를 진행하고 있고 농협은행 역시 고객이 관심 지역을 찍으면 해당 지역 부동산 전문가가 직접 나가 현장에서 맞춤 상담을 해 준다. 우리은행도 지난달 건물 신축을 준비하는 자산가를 대상으로 건축도면 보는 법, 설계자 및 시공사 선정 노하우, 안전한 계약서 작성 포인트 등을 소개하는 서비스를 선보였다.
이승은 PB는 “차익 활용에는 금융상품과 수익형 부동산을 고려해 볼 수 있는데 수익형 부동산은 신중을 기할 필요 있다”며 “내가 가진 부동산이 외곽이나 경기권 밖이라면 도심쪽으로 옮기는 것이 좋다. 의료시설과 인프라가 더 좋은 도심이 실버세대에게 유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증시 침체가 장기화되고 있지만 연말을 맞아 배당주에 대한 저가 매수 전략을 노리는 투자자들도 조금씩 늘고 있다. 배당금액이 예년과 동일할 때 주가가 하락하면 배당수익률(배당액/주가)은 높아진다.
장희종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올해 배당주로 분류되는 일부 종목의 주가가 많이 오르면서 배당수익률이 3년 만기 국고채 수익률보다 떨어지기도 했지만 최근 수익률이 다시 좋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증시 바닥이라고 인식한 투자자가 늘면서 펀드에 대한 관심도 조금씩 살아나고 있다. 실제 이달 들어 국내 주식형펀드에는 1조원 넘는 돈이 들어와 지난달(1조1195억원)에 이어 두 달 연속 월별 순유입액 1조원을 기록했다.
이승은 PB는 “투자자 입장에서 지루한 시장인 것 같다”며 “주식형 펀드를 싸게 사서 수익을 낼 수 있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