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한국은행이 중앙은행으로서의 중립성이 ‘자리 잡지 못했다’며 자조적인 평가를 해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비롯한 정ㆍ관계 인사들이 추가 기준금리 인하 압박을 해오는 가운데 중립성을 존중하는 사회적 분위기와 관행도 뒷받침돼야 한다며 우회적으로 불쾌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한은은 7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 제출한 국정감사 업무현황 자료를 통해 한은의 독립성이 후퇴하고 있다는 작년 국정감사의 지적 사항에 대한 처리 결과와 향후 추진계획을 이같이 밝혔다.
한은은 우선 “그동안 중앙은행 관련 제도와 관행, 국민의 인식 등에서 많은 발전이 있었지만 아직은 한은의 중립성이 선진국 중앙은행들보다 확고하게 자리 잡지 못 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자존심 센 한은이 중앙은행으로서 금과옥조로 여겨야 할 중립성에 대해 스스로 낮은 점수를 준 것이다.
한은은 또 “앞으로 총재를 포함한 금통위원들은 외부의 특정의견에 영향받지 않고 국내ㆍ외 금융·경제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독자적이고 합리적인 통화정책 결정이 이뤄지도록 더욱 힘씀으로써 한은의 중립성에 대한 신뢰가 확고해지도록 노력해 나가겠다”라고 다짐했다.
이와 동시에 뼈 있는 경고성 발언을 하기도 했다. “중앙은행의 중립성은 한은의 노력뿐 아니라 이를 존중하는 사회적 분위기와 관행도 뒷받침돼야 보장받을 수 있다”고 강조한 것이다.
이는 최 부총리가 지난 7월 경제수장으로 취임한 이후 전방위적으로 금리인하 압박을 한 것에 대해 날을 세운 것으로 풀이된다. 한은 금통위는 지난 8월에 기준금리를 0.25% 포인트 내린 2.25%으로 조정했으나 이후에도 경기회복 지연, 저물가, 엔저 등의 우려가 고조되면서 또다시 금리인하 압박을 받고 있다. 특히 전달 말에는 최 부총리가 금리 문제는 ‘척하면 척’이라며 압박 수위를 높이기도 했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이 같은 대외의 금리인하 요구에 불편한 심경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는 올 8월 금통위 기자간담회에서 “기준금리를 둘러싼 외부의 발언이 잦다 보면 일반인들이 중앙은행의 중립성을 의심할 수 있어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