뿐만 아니라, 이관준 연출은 “주최, 주관을 한국 측에서 하기에 중국은 따라오는 입장이었다. 물론 제작 초기 그들의 자존감이 상하지 않게 최대한 조율하고 배려하는 시각이 필요했다”고 털어놨다. 10년이 다 되가는 ‘카르마’의 제작 과정 속에서 중국 진출 역시 만만치 않았다.
“시나리오를 만들었지만, 한국에선 공연할 장소가 도저히 없었습니다. 파격적으로 중국에 가서 아웃소싱을 해보자는 각오가 생겼죠. 북경, 상해, 광저우, 우한 등 중국 전 지역을 돌아다니며 공연장과 각 지역에서 운영하는 서커스단과 접촉했죠. 결국 마지막으로 접한 귀주성의 준의시로 결정했지만, 직항이 없어 북경에서도 12시간 걸리는 거리를 오가며 출연진과 스태프가 연습에 임했습니다.”
이 연출이 역경에도 불구하고, ‘카르마’에 열정을 다해 매진해온 것은 바로 ‘태양의 서커스’를 접한 이후다. ‘태양의 서커스’는 1984년 작은 서커스단으로 시작해 창단 20여년 만에 연 매출 5억 달러 이상을 기록하는 일류 브랜드로 일컬어진다.
“‘태양의 서커스’와 같은 장르를 만들고 싶던 차에 중국 기예단의 아트서커스 ‘대륙의 혼’을 국내에 들여와 제작, 연출을 했다가 크게 손해를 봤습니다. 이후 직접 만든 작품이 중요하다고 느꼈습니다. 1년 정도 ‘카르마’ 시나리오에 기반을 다졌고, 작품에 투자금 한 푼 받지 않았지요.”
그는 ‘태양의 서커스’를 보고 매료돼 넌버벌 퍼포먼스 장르의 가능성을 내다봤고, 그간의 노력은 눈앞의 성과로 다가오고 있다. ‘카르마’는 2012 광양월드아트서커스페스티벌 개막작으로 선을 보인 것은 물론, 미래창조과학부의 2013 가상현실콘텐츠지원사업으로 선정돼 국내 반응을 고조시켜왔다.
“사실 국내 시장에서 넌버벌 퍼포먼스는 ‘난타’와 이후 ‘점프’ 등만이 관객 몰이를 꾀했고, 이는 중소극장 공연에 속하지요. 외국의 흥행 사례처럼 관광과 연계하고 있지만, 1000석 이상의 대극장용 콘텐츠가 없어 아쉽습니다.”
장기 공연과 이를 가능케 하는 전용관은 공연 흥행의 필수 여건이다. 이에 대한 뒷받침이 부족한 국내 환경은 장르의 성장을 더욱 더디게 한다. ‘카르마’의 경우, 국내 반응을 딛고 중국 진출에 가시적인 성과를 타진해 이달 북경 공연은 물론, 향후 중국 운남성 따리시에 위치한 샹그릴라 호텔부지를 비롯해 서안, 상해, 북경에도 ‘카르마’ 전용관을 구축할 계획이다.
“연출로서 배우들에게 가장 강조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박자가 안 맞아도 좋고, 자리가 좀 틀려도 좋다. 가짜 아닌 진짜의 감정으로 임하자’는 것이지요. 이는 기술자냐 시인이냐의 차이입니다. 사실 연출도, 배우도, 잘 하는 사람 아무도 없습니다. 다 부족합니다. 그러나 ‘우리’는 세계 최고가 되자는 것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