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효찬의 명문가 자녀교육 따라잡기]자존감을 키우는 교육-강영우 家②

입력 2014-07-16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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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효찬 자녀경영연구소장

강영우 박사는 두 아들을 두었는데 장남(진석)이 초등학교 때 영재학급에도 못 들어가는 등 거듭된 실패로 자아 개념이 극도로 손상된 적이 있었다. 이때 흔히 우리나라 부모들은 ‘머리는 좋은데 노력을 하지 않은 탓’으로 돌리곤 하는데 둘 다 교육자인 이들 부부도 그랬다. 진석이의 영어, 수학, 과학, 사회 실력을 기르고 점수를 높이기 위해서만 애를 썼다. 스쿨버스 기다리는 시간에도 책을 읽게 했다. 그것은 다 소용없는 짓이었다고 한다. 진석이는 영재학급 근처에도 못 가 보고 평범한 학생으로 초등학교를 졸업한 후 중학교에 진학했다.

“아빠는 제가 아빠 아들이니까 세상에서 제일 똑똑한 줄 아시지만 저는 그렇게 똑똑하지 못해요. 그러니 제발 그대로 좀 내버려 두세요. 똑똑한 진영이나 기대하시란 말이에요.”

아빠의 말에 순종하던 진석이가 어느 날 이렇게 외쳤다. 몇 년 동안 영재학급에 들어갈 희망을 품고 열심히 공부하던 진석이가 반항하듯 내뱉은 말이었다. 그런 일이 있은 후에야 강영우 박사의 생각이 바뀌었다. 무엇보다도 먼저 진석이에게 ‘나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 주고 ‘천하보다 귀한 나’라는 자존감을 갖도록 도와주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것.

그때 강 박사가 생각해낸 것이 아들의 생일인 4월 23일 태어난 위인을 찾아보도록 한 것이었다. 마침 대문호 셰익스피어의 생일이 그날이었다. 진석이에게 “너도 셰익스피어처럼 위대한 사람이 되어 유명해질 수 있고 역사에 큰 업적을 남길 수도 있다”고 격려했다. 동생 진영이도 샘이 나서 자신의 생일 6월 15일 태어난 위인을 찾았다. 그날은 영국 엘리자베스 여왕이 태어난 날이었다. 집안 분위기가 전과 확연히 달라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후 6년이 지나 먼스터라는 조그만 도시에서조차 영재학급에 못 들어갔던 진석이는 명문 필립스 엑서터를 거쳐 하버드대 의대에 진학했다. 진석은 현재 듀크대 안과 전문의로 활동하고 있다. 둘째 진영은 필립스 앤도버를 거쳐 듀크대 로스쿨을 나와 미국 백악관 법률 선임고문으로 활동했다.

강 박사는 고난과 역경을 ‘긍정적 자산’으로 삼았다. 그는 진석이가 어렸을 때 이렇게 말했다. “야구, 운전, 자전거 타기를 가르쳐 주는 것은 눈뜬 엄마가 더 잘하지만, 눈먼 아빠가 더 잘하는 다른 것들이 있단다.” 그랬더니 진석이는 호기심 가득한 얼굴로 “그게 무슨 말이야?”라고 물었다. “네가 잠들기 전에 아빠는 불을 끄고도 성경이야기나 동화책을 읽어줄 수 있지만. 엄마는 불을 끄면 책을 못 읽어주잖니.” 강 박사는 손의 촉감을 활용해 점자책을 읽어줄 수 있었던 것이다. 그 말 한 마디로 진석이는 아빠의 실명을 새로운 시각, 긍정적 시각으로 보게 되었다고 한다.

강영우 박사는 2012년 2월 췌장암으로 세상을 떠나기 전 두 아들과 함께 국제로터리재단에 25만 달러를 기부했다. 국제로터리재단은 40년 전인 1972년 강 박사에게 장학금을 줘 미국 유학길에 오르게 한 재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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