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는 제가 아빠 아들이니까 세상에서 제일 똑똑한 줄 아시지만 저는 그렇게 똑똑하지 못해요. 그러니 제발 그대로 좀 내버려 두세요. 똑똑한 진영이나 기대하시란 말이에요.”
아빠의 말에 순종하던 진석이가 어느 날 이렇게 외쳤다. 몇 년 동안 영재학급에 들어갈 희망을 품고 열심히 공부하던 진석이가 반항하듯 내뱉은 말이었다. 그런 일이 있은 후에야 강영우 박사의 생각이 바뀌었다. 무엇보다도 먼저 진석이에게 ‘나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 주고 ‘천하보다 귀한 나’라는 자존감을 갖도록 도와주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것.
그때 강 박사가 생각해낸 것이 아들의 생일인 4월 23일 태어난 위인을 찾아보도록 한 것이었다. 마침 대문호 셰익스피어의 생일이 그날이었다. 진석이에게 “너도 셰익스피어처럼 위대한 사람이 되어 유명해질 수 있고 역사에 큰 업적을 남길 수도 있다”고 격려했다. 동생 진영이도 샘이 나서 자신의 생일 6월 15일 태어난 위인을 찾았다. 그날은 영국 엘리자베스 여왕이 태어난 날이었다. 집안 분위기가 전과 확연히 달라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강 박사는 고난과 역경을 ‘긍정적 자산’으로 삼았다. 그는 진석이가 어렸을 때 이렇게 말했다. “야구, 운전, 자전거 타기를 가르쳐 주는 것은 눈뜬 엄마가 더 잘하지만, 눈먼 아빠가 더 잘하는 다른 것들이 있단다.” 그랬더니 진석이는 호기심 가득한 얼굴로 “그게 무슨 말이야?”라고 물었다. “네가 잠들기 전에 아빠는 불을 끄고도 성경이야기나 동화책을 읽어줄 수 있지만. 엄마는 불을 끄면 책을 못 읽어주잖니.” 강 박사는 손의 촉감을 활용해 점자책을 읽어줄 수 있었던 것이다. 그 말 한 마디로 진석이는 아빠의 실명을 새로운 시각, 긍정적 시각으로 보게 되었다고 한다.
강영우 박사는 2012년 2월 췌장암으로 세상을 떠나기 전 두 아들과 함께 국제로터리재단에 25만 달러를 기부했다. 국제로터리재단은 40년 전인 1972년 강 박사에게 장학금을 줘 미국 유학길에 오르게 한 재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