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자동차 업계는 그야말로 리콜과의 전쟁을 치르고 있다. 토요타에 이어 올해 제너럴모터스(GM)의 대규모 리콜 사태가 불거진 가운데 국내외 자동차 리콜이 증가하면서 자동차업계의 품질 문제가 전면으로 부상했다.
최근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이 발표한 ‘세계 자동차 리콜사태 동향과 우리에의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올 1~5월 미국, 일본, 한국, 중국 등 4개국 시장에서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실시한 리콜 대수는 전년 동기비 85.5% 증가한 2680만대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건당 리콜 대수도 지난해 같은 기간 6만1000대에서 12만2000대로 두 배 증가했다.
국내에서도 리콜은 올해 들어 53만여대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하면서 품질 문제가 논란이 되고 있다. 교통안전공단 자동차결함신고센터에 따르면 7월 현재까지 리콜 대수는 134개 차종 53만2186대로, 이 가운데 국산차는 9개 차종 47만6660대를 차지했다.
◇부품 공용화 확산, 효과적 품질관리 약화 = 대규모 자동차 리콜이 발생하는 주요 원인은 자동차업체 간 경쟁적으로 글로벌 생산지역과 생산량을 늘리고 원가경쟁으로 부품 공용화가 확산되면서 효과적인 품질관리가 약화됐기 때문이다.
자동차 업계는 차종마다 달랐던 부품들을 공용화하면서 개발이나 조달비용 절감이 가능해졌다. 그러나 공용화를 통한 제품 개발 및 원가절감을 위해 플랫폼 통합을 계속하고 있어 한 부품에서 품질문제가 발생하면 이 부품을 사용한 자동차에 대한 대규모 리콜로 연결될 수 있다는 문제점도 내재하고 있다.
GM의 경우 점화 스위치 불량 등으로 올 들어 2000만대 이상의 차량에 대한 리콜을 실시했다. GM은 점화스위치 결함과 관련해 현재 100여건의 소송을 당한 상태이며 관련 벌금만 사상 최대인 3500만 달러를 납부한 상태다.
◇늘어가는 전자장치… 변수 많아져 = 친환경 및 고연비 자동차 개발에 따른 각종 전자장치 부착으로 자동차 제품구조가 복잡화됐다는 점도 문제점으로 거론되고 있다.
한 대의 자동차에 탑재된 전체 소프트웨어 행수가 1995년 50만 행(line)에서 2010년 3000만 행으로 늘어났다는 분석도 있다. 실제로 지난해 현대자동차에서 개발된 제네시스의 경우 제품 개발원가에서 소프트웨어가 차지하는 비율이 40%에 육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2009년 토요타 리콜 사태는 ‘자동차부품 전장화(電裝化)의 저주’라고 불리기도 한다. 토요타는 이산화탄소 배출량 감소 및 연비 향상을 동시에 충족시키기 위해 엔진 카브레터에 전자제어장치를 장착했는데, 이것이 급가속 문제와 관련이 있다는 논란이 일었다.
◇업계의 자발적 리콜도 증가 = 리콜제도 등 소비자보호 제도가 강화되고 안전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증대됨에 따라 자동차 완성차 업체들의 자발적인 리콜이 늘고 있다. 미국의 경우 도로교통안전국 요구의 리콜은 줄어들고 있으나 완성차 업체들의 자발적인 리콜은 2012년 이후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GM에 앞서 리콜 사태로 홍역을 치른 토요타는 최근 “품질이 의심되면 주저하지 않고 리콜을 하겠다”는 적극적인 자세로 나오고 있다. 현대차그룹도 최근 글로벌 각국에 포진해 있는 68개 지역본부·해외법인을 대상으로 품질 결함에 대한 신속대응 지시를 하달하며 위기관리에 나섰다.
이우광 한일산업기술협력재단 연구위원은 한국자동차산업연구소 칼럼을 통해 “자동차 메이커가 불량을 숨기지 않고 발 빠르게 공표하는 것이 유리하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며 “불량으로 인한 형사적 책임도 무섭겠지만, 소비자의 평판이 더욱 무섭기 때문에 이전 같으면 무시해 왔던 문제점도 스스로 적극적으로 발굴해 리콜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