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러리 클린턴 전 미국 국무장관이 2009년 남편인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이 북한을 방문했을 당시 “웃지말라”는 행동 지침을 내린 사실이 공개됐다.
클린턴 전 장관은 10일(현지시간) 출간된 회고록 ‘힘든 선택들(Hard Choies)’에서 클린턴 전 대통령 방북 당시의 일화들을 소개하면서 이같이 밝혔다.
클린턴 전 대통령은 지난 2009년 8월 북한에 억류된 미국인 여기자 두 명의 석방을 위해 평양을 방문했다. 당시 북한은 미국의 고위급 특사단이 방북하면 여기자들을 풀어줄 수 있다고 전했다.
처음에 미국 측은 여기자들이 속한 커런트TV의 앨 고어 전 부통령, 전 세계에서 인도주의 활동을 펼치고 북한을 방문하기도 했던 지미 카터 전 대통령, 매들린 올브라이트 전 국무장관 등을 고위 특사로 고려했다.
클린턴 전 장관은 회고록에서 “북한이 이미 특정한 방문객을 마음에 두고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남편이었다”며 “김정일은 남편 빌이 1994년 김일성 사망 때 위로 편지를 보낸 이후 분명한 호감을 갖고 있었다. 또 전 미국 대통령의 구출 작전을 통해 국제적 관심을 끌고 싶은 의도도 있었을 것”이라고 밝혔다.
방북 당시 클린턴 전 대통령은 사진을 찍을 때 절대 웃지 않고 무표정한 표정으로 일관해 화제를 모았다. 이에 대해 클린턴 전 장관은 “사안의 외교적 민감성을 감안해 방북팀이 정부로부터 충분한 브리핑을 받았으며 특히 김정일과 불가피하게 공식 사진을 찍을 때는 웃거나 찡그리지 말라는 행동 지침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이어 “나중에 공개된 방북 사진을 보니 빌과 방북팀이 아무도 웃지 않는 등 적절하게 행동했다”며 “빌은 나에게 007 제임스 본드 영화 오디션을 보는 기분이었다고 털어놨다”고 덧붙였다.
또 클린턴 전 장관은 2010년 7월 로버트 게이츠 당시 국방장관과 함께 비무장지대(DMZ)를 방문한 일을 회고하며 “한국이 가난과 독재에서 벗어나 번영과 민주주의로 향하는 발전의 빛나는 사례가 된 반면 북한은 공포와 기근에 시달리고 있다”고 소개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