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지엠이 지난 3월 중순 출시한 ‘말리부 디젤’의 가격인상 논란에 다시 불이 붙었다. 시장수요 예측이 빗나가며 물량이 부족하자 기존 모델을 슬며시 단종하고, 가격을 올린 연식 변경 모델을 출시했다는 것이다.
3일 한국지엠에 따르면 지난달 22일 열린 경영현황 설명회에서 말리부 디젤의 시장 수요 예측에 소홀했는지 여부를 놓고 공방이 벌어졌다. 이 회사 노조는 “말리부 디젤이 시장 수요에 크게 못 미친다”고 경영진에 질의했고, 이에 대해 사측은 “파워트레인(PT) 공급량 부족으로 현재 항공편으로 긴급 대응하고 있다”며 시장 수요와 부품 물량이 일치하지 않음을 에둘러 표현했다.
현재 말리부 디젤은 평소 이용하던 해운편 대신 항공편으로 긴급 부품 수급 받아가며 주문받은 물량을 생산하고 있다. 한국지엠 관계자는 “경영진은 시장수요 예측이 빗나간 원인 설명이나 책임에 대해 언급하지 않고 있다”며 “판매영업소 의견청취 등 다양한 루트를 통해 수요예측을 안 하고 있는 현재의 내수전략은 반드시 재검토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실제 말리부 디젤은 출시 첫 달인 3월 261대를 생산했으나 이후 수요가 급격히 늘자 4월 생산량을 529대로 늘렸다. 그리고 출시 45일 만에 부품 부족과 예약물량이 밀려 납기일을 맞추기 어렵다는 이유로 한국지엠은 판매 중단을 선언했다.
그러면서 한국지엠은 올해 모델과 외관, 엔진, 변속기 등이 똑같고 타이어 공기압 센서 정도만 추가해 가격을 올린 2015년형 말리부 디젤 사전예약을 받는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가격은 현재 모델보다 약 70만원 정도 인상된다.
마크 코모 한국지엠 영업·A/S·마케팅 부문 부사장은 3월 열린 말리부 디젤 미디어 시승행사에서 “독일산 오펠 엔진과 일본 아이신 변속기의 가용 능력이 충분하고 부평공장의 생산 능력도 충분한 만큼 고객 수요를 최대한 맞추겠다”고 설명한 바 있다.
그러나 이 발언은 실천되지 못했고, 회사는 ‘추가 물량 확대’ 대신 연식 변경 모델을 통한 ‘가격인상’을 택했다. 한국지엠은 고의적으로 수요 예측에 소홀했다는 비판에 휩싸이게 됐다.
회사 측은 “말리부 디젤은 사실상 출시 전부터 사전 계약 대수가 준비된 물량을 이미 넘어섰다”며 “연말이 돼야 올해 모델 출고가 끝나기 때문에 내년형 예약을 받는 것은 이르지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