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병호의 독서산책] 명장들이 말하는 ‘싸움의 기술’

입력 2014-03-14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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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용한 ‘명장, 그들은 이기는 싸움만 한다’

세상에 생사를 걸고 벌이는 전쟁만큼 격렬한 것이 있을까. 그런 까닭에 전쟁에서 배울 점이 많다. 임용한의 책 ‘명장, 그들은 이기는 싸움만 한다’는 객관적으로 볼 때 절대 열세인 병력으로 대군을 격파한 장군들과 그들이 참여한 전쟁을 다루고 있다. 이 책에서 다루어진 장군은 테베의 에파미논다스, 마케도니아의 알렉산드로스, 카르타고의 한니발과 로마의 스키피오, 비잔틴제국의 벨리사리우스, 몽골의 칭키스칸, 명나라의 척계광, 그리고 독일의 로멜이다. 몇몇 장군들은 독자들에게 익숙하지만 에파미논다스, 벨리사리우스, 척계광은 생소한 인물일 것이다.

역사학자인 저자는 전쟁을 속속들이 깊이 파고들어 상당 수준까지 이해한 다음 책을 집필했다. 바로 이 부분이 이 책의 강점이다. 아쉬운 점은 그림이나 사진을 조금 더 풍성하게 넣었다면 읽기가 더 편하지 않았을까 싶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쟁을 다룬 외서에 비해 결코 손색이 없을 정도로 잘 쓴 책이다.

벨리사리우스(505~565)는 로마제국의 영토 회복을 추진했던 유스티니아누스 황제 때의 장군으로 비잔틴 군대의 전술적 기초를 닦은 명장이다. 그는 이민족이 절반을 차지하는 잡탕 군대의 단점을 줄이고 장점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도록 만드는 데 성공한다. 전통적 군대에서 중요한 축은 기병과 보병인 데 반해 그는 기병과 보병의 경계를 과감히 허물어뜨린다.

비잔틴 군도 보병과 기병의 차이는 존재했지만, 기병이라고 말에 집착하지 않도록 만들었다. 또한 보병 역시 말을 탈 줄 알도록 만들었다. 그들은 상황에 따라 기병이 말에서 내려 싸우기도 하고, 보병이 적에게 빼앗은 말을 활용할 수 있었다. 벨리사리우스는 비잔틴군을 멀티플레이어로 만들었다. 기병과 보병 모두 원거리 무기, 투척 무기, 근접 전투용 무기를 보유함으로써 적이 거리를 두고 있을 때는 모든 병사가 화살과 투창으로 공격할 수도 있었다. 그는 서로마제국의 고토를 회복하는 데 혁혁한 공을 거두지만 그를 의심한 황제에 의해 소환돼 숙청당하고 만다.

에파미논다스(기원전 410~362)는 레욱트라 전쟁에서 막강한 육군을 갖고 있었던 스파르타를 격퇴했던 테베의 명장이다. 당시까지만 하더라도 그리스의 최강 군대는 스파르타라는 사실에 대해 어느 누구도 이의를 달 수 없었다. 그러한 고정관념을 과감하게 부숴버린 에파미논다스는 당시로서는 획기적 전술인 사선대형을 창안해 냈다. 사선대형은 전군이 같은 속도로 진군하는 게 아니라 좌익은 빠르게 그리고 우익은 천천히 진군함으로써 전체적인 모습이 비스듬히 기울도록 하는 전술이다. 레욱트라에서 최초로 선보인 사선대형은 스파트타군에 일격을 가하고 큰 성공을 거둔다.

척계광(1528~1588)은 명나라 말기의 장군이다. 한 세기 넘게 왜구의 침입으로 쑥대밭이 되어버린 중국 절강성에서 왜구의 침입을 막는 데 성공한다. 그는 전례와 고정관념을 과감히 깨버린 끝에 성공을 거둔 장수다. 중국군의 전통적 전술인 대부대 운영 방식을 버리고, 소부대 운영전술을 도입했다. 척계광이 고안한 소규모 군대를 위한 전술이 원앙진법이다. 그리고 우스꽝스럽게 보이는 당파와 낭선이라는 무기를 계발해 큰 효과를 거둔다. 그는 공을 시기한 사람 때문에 자신의 뜻을 제대로 펼치지 못했던 명장이기도 하다.

불리한 상황을 반전시킨 7인의 장군에게 배움을 청하는 것도 좋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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