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국내 10대 뉴스] 의욕만 앞섰던 박근혜 정부 첫해… 정치도 경제도 불협화음

입력 2013-12-26 10:40 수정 2013-12-27 0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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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한국 경제는 박근혜 정부 출범과 함께 새 희망을 품었지만 의욕이 앞섰던 만큼 아쉬움도 컸다. 새 정부의 핵심 국정과제인 창조경제는 모호한 개념으로 논란의 대상이 됐다. 기초연금제 등 복지 공약은 보건복지부 장관의 전격 사퇴와 맞물려 후퇴 수순을 밟았다. 지난 5월 국민들을 충격으로 몰아넣은 원전비리는 잇따른 원전 가동중단 사태로 얼룩지며 전력위기까지 불러왔다. 정부가 사활을 건 경제활성화 법안은 여야 간 정쟁에 번번이 국회에서 발목이 잡혀야만 했다.

산업 현장 역시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새 정부의 화두인 경제민주화 공약은 신규 순환출자 금지 입법 등이 현실화되며 재계를 옥죄였다. 경영계는 대기업 총수들의 연이은 구속과 재판, 검찰 수사로 크게 위축됐고 유통업계는 남양유업 사태 등 ‘갑을(甲乙)’ 논란의 중심에 서기도 했다. 증권과 은행업계 역시 수익 감소로 유달리 힘든 한해를 보냈다. 국내 주요 기관의 전산망 마비 등 사이버 테러 역시 한국 경제를 뒤흔든 사건이었다.

1 한해 내내 대선공방… 민생현안 ‘헛바퀴’

올해는 대선 이후 여야 간 정치공방이 어느 때보다도 극심했던 한해였다. 여의도는 국가정보원의 대선개입 의혹 사건을 중심으로 NLL(북방한계선)·사초 실종 논란으로 몸살을 앓았다. 그러는 사이 민생과 경쟁은 뒷전으로 밀렸다. 내년도 예산안은 이미 법정 처리 시한(12월 2일)을 넘겼다. 박근혜 정부의 첫 정기국회 동안 처리된 법안은 고작 34건에 그쳤다.

각종 경제활성화 법안은 정치권의 끝 모를 정쟁에 국회에서 낮잠을 자기 일쑤였다. 2조원 이상의 투자가 걸려 있는 외국인투자촉진법을 비롯, 서비스산업발전법, 관광진흥법, 크루즈산업육성지원법 등은 여야 간 의견차로 연내 처리가 불투명해졌다.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폐지, 분양가상한제 탄력 운용, 전·월세상한제 등 부동산 대책 후속 입법도 마찬가지 상황이어서 내년 본격적인 경기회복세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 누구도 속시원히 설명 못한 ‘창조경제’

창조경제 논란은 박근혜 정부 출범과 함께 시작돼 올 한해 내내 지속됐고 현재도 진행형이다. 창조경제는 박 대통령의 취임사에서만 국민행복, 남북관계, 안보보다 많이 언급됐을 정도로 중요도가 높았다. 정부가 정한 140개 국정과제 가운데 20개가 창조경제와 관련돼 있을 정도다.

하지만 정작 창조경제의 개념에 대해서는 어느 누구도 속 시원한 설명을 하지 못했다. 청와대 참모진은 물론 창조경제 구현 전담 중앙부처인 미래창조과학부 장관도 마찬가지였다. 심지어 박 대통령의 창조경제론 설계자로 알려진 윤종록 미래창조과학부 차관도 그랬다.

창조경제 구현을 위해 혹자는 정보통신기술(ICT)을 들었고, 혹자는 문화·예술 산업을 들었다. 둘 다 맞다고 하는 의견과 둘 다 아니라는 의견까지 다양한 해석의 백가쟁명(百家爭鳴)이 펼쳐졌다. 이 가운데 서울대 창조경제학과 신설 논란이 벌어지는 등 해프닝도 이어진 2013년이었다.

3 이재현·구자원 구속 … 재계 총수 잔혹사

올해는 재계 총수들의 ‘구속 잔혹사’가 이어졌다.

작년 8월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1심 재판에서 배임 등의 혐의로 법정구속된 후 올 들어 1월 최태원 SK 회장이 1심 재판에서 같은 판결을 받았다. 이후 7월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횡령·배임, 탈세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특히 이 회장은 박근혜 정부 이후 처음으로 구속 상태에서 재판에 넘겨진 재계 총수다. 또 사기성 기업어음(CP) 발행 혐의를 받고 있는 구자원 LIG그룹 회장도 지난 9월 1심에서 법정구속됐다.

구속은 피했지만 사정 당국에 명운이 걸린 총수는 2명 더 있다. 현재현 동양그룹 회장과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은 각각 사기성 CP 발행 혐의와 횡령·배임, 탈세 혐의로 검찰의 강도 높은 조사를 받고 있다.

한편 재계 총수의 집단 구속 사태는 1961년 고(故) 박정희 전 대통령 시절 부정축재자로 몰려 14명의 오너가 한꺼번에 수감된 후 50여년 만에 재현됐다.

4 한여름 전력위기 부채질한 ‘원전게이트’

올해 5월 발생한 원자력발전소 비리 사건은 한여름 전력위기까지 몰고 오면서 더욱 공분을 샀다. 이 사건은 LS전선과 JS전선, LS 등의 업체가 위조 성적서로 승인받은 부품을 원전에 납품하면서 비롯됐다.

잇따른 고장으로 불거진 원전비리에 부품 서류를 조작하거나 뇌물을 수수한 혐의로 기소된 원전업계 관계자만 100여명에 달했다. 김종신 전 한국수력원자력 사장 등 35명이 납품계약 비리 혐의로 기소됐고 이종찬 전 한국전력 부사장 등 5명은 인사청탁과 뇌물수수 혐의를 받았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측근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도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이 같은 원전 비리는 전력 수급난으로 이어졌고 그동안 정부가 꾸준히 추진한 전기료 인상안에도 영향을 미쳤다. 특히 원전 비리 문제는 그동안 에너지 절감 노력을 무색하게 하며 상당기간 동안 국민들의 전력사업 불신을 가져왔다.

5 경제민주화·갑을논란… 재계 “나 떨고 있니”

‘대기업의 양보’를 앞세운 박근혜 대통령의 경제민주화 실천 의지는 재계에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했다. 올 초 박근혜 대통령이 당선 직후 중소기업계에서 첫 경제 행보를 시작한 것은 서곡에 불과했다.

정치권의 모든 입법 활동은 경제민주화에 초점이 맞춰졌고, 남양유업 사태로 발화된 ‘갑을(甲乙) 논란’은 정부가 대기업들을 더욱 거세게 몰아붙이는 빌미를 제공했다.

경제민주화와 갑을 논란이 올해 우리 경제에 미친 영향에 대해서는 상반된 평가가 나온다. 한쪽에서는 대기업의 경영 활동을 크게 위축시켜 경제 활성화의 발목을 잡은 원인으로 지목하고 있다. 다른 한쪽에서는 대·중소기업 간 관계 개선을 통해 상생과 공생의 문화를 정착하는 데 주효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6 노사 모두 반박한 대법원 ‘통상임금’ 판결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12월 18일 ‘정기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포함된다’는 판결을 내렸다. 대법원의 이번 판결은 통상임금 논란을 잠재우기보다는 새로운 불씨로 작용할 전망이다.

재계에서는 1개월 이상의 상여금을 정기상여금으로 포함시킨 것에 대해 큰 우려를 표하고 있다. 당장 2014년 한해 동안 14조원의 추가 인건비가 들 것이라는 전망이 쏟아지고 있다.

노동계도 불만을 표하고 있다. 대법원이 통상임금을 소급 청구하기 위해서는 ‘기업에 중대한 경영상 어려움을 초래하거나 기업 존립을 위태롭게 해서는 안 된다’는 신의성실 원칙을 제시한 탓이다.

이 때문에 논란은 내년에도 수그러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중대한 경영상 어려움’이 무엇이냐를 놓고 법정공방이 이어질 것으로 점쳐진다. 2014년에도 통상임금을 둘러싼 임금체계 개편은 노사의 핵심 현안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7 전세난민·거래절벽… 부동산시장 찬바람

올해 부동산 시장은 최악의 전세난으로 ‘전세난민’과 ‘거래절벽’이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해 전국 아파트 전셋값(12월20일 기준)은 작년보다 무려 10.43% 상승했다. 이는 전세난이 심각했던 2011년(12.08%)에 버금가는 수준으로, 전셋값이 안정됐던 작년(2.46%) 상승폭의 약 4배나 높은 것이다.

특히 전국 아파트 전셋값은 68주 연속 상승하는 등 한해 내내 쉼 없이 오르며 역대 최장 상승 기록을 갈아치웠다.

전셋값 상승세는 무엇보다 전세물량 수급 불균형이 가장 큰 요인으로 자리 잡고 있다. 집값 상승 기대감이 꺾이면서 집을 살 여력이 있음에도 전세로 눌러앉은 사람들은 증가한 데 반해 재계약과 전세의 월세 전환 등으로 전세물량은 급감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내년 전세시장도 전셋값 상승폭은 다소 주춤하겠지만 불안 현상은 지속될 것으로 예상했다.

8 ‘그림자 장관’ 사퇴까지 부른 기초연금제

지난 9월 기초연금법 논란 속에 진영 보건복지부 장관이 전격 사퇴하면서 ‘근혜노믹스’가 큰 상처를 입었다. 가뜩이나 재원난에 허덕이는 상황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대표적 복지공약인 기초연금을 놓고 주무 장관이 사실상 공개적으로 반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특히 진 전 장관은 박 대통령이 한나라당 대표 시절 비서실장을 지냈고, 대선 당시 새누리당 정책위의장, 대통령직 인수위 부위원장을 맡는 등 핵심 측근으로 불렸던 터라 사임 소식 충격이 더 컸다. 이에 박 대통령이 측근과도 제대로 소통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제기되기도 했다.

사실 진 전 장관은 기초연금과 4대 중증질환 공약을 밀어붙이며 새 정부의 복지정책을 선도하는 전도사가 될 것으로 기대됐지만 결과는 여권 핵심부의 균열과 대선 공약의 허상을 노정하는 계기가 됐다.

9 은행·증권 실적 곤두박질… 금융권 ‘최악의 해’

저금리 기조와 예대금리차 축소 등이 맞물리면서 올해 금융사들의 실적이 대부분 반토막 났다. 지난 1~3분기 국내 은행의 누적 순이익은 4조4000억원으로 전년 동기(7조5000억원)에 비해 58.9% 수준에 불과했다. 보험사의 상반기 순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965억원(12.1%) 줄어든 2조8743억원을 기록했다. 카드사의 1∼3분기 순이익은 1조45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5% 감소했다.

증권사들은 험난한 ‘보릿고개’를 겪었다. 62개 증권사의 2013회계연도 상반기(4~9월) 순이익은 총 95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85.8% 감소했다. 현대, 대신 등 일부 대형 증권사들을 포함해 26개사가 적자로 돌아섰다. 5곳 중 2곳이 적자를 기록한 것이다. 증권사들은 명예퇴직, 임금삭감 등을 단행하며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했다.

10 금융·방송 전산망 마비… 3·20 사이버테러

올 상반기 터진 북한 해킹 추정 3·20 전산망 마비 사태는 사이버테러의 파괴력을 다시금 일깨워준 사건이었다. 지난 3월 20일 오후 2시 20분경. 갑작스럽게 신한은행, 농협 등 금융기관은 물론 KBS, MBC, YTN 등 주요 방송사들까지 전산망이 완전 마비됐다. 각 방송사와 금융권의 컴퓨터는 물론 인터넷 등 내부 전산망이 작동을 멈췄다. 국내 방송사와 은행의 전산망을 마비시킨 사이버 테러는 해커가 지능형 지속 공격(APT)으로 해당 서버의 관리자 계정을 탈취했기에 가능했다.

악성코드에 감염된 총 3만2000여대의 컴퓨터가 일제히 마비됐고, 신한은행·NH농협은행 등 금융기관에서는 인터넷 뱅킹과 영업점 창구 업무, 자동화기기(ATM) 사용 등도 중단됐다.

방통위와 안전행정부, 국방부, 국가정보원 등 10개 관련 부처는 사이버위기평가회의를 열고 오후 3시 사이버위기 경보단계를 ‘관심’에서 ‘주의’로 격상했고, 이후 수개월의 추적 끝에 북한 추정 해킹으로 결론 내린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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