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국 정상화에 대한 기대를 모았던 박근혜 대통령과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 김한길 민주당 대표 간 16일 3자회담이 불발로 끝나면서 9월 정기국회의 장기파행이 불가피해졌다.
90분 간 이뤄진 회담이 오히려 각 측 입장의 간극만 벌려 놓음에 따라 장내·외 병행투쟁을 진행해 온 민주당은 전면투쟁으로 돌아설 분위기다.
이에 따라 투자활성화법과 부동산법, 세제개편안 등 정부가 추진해 온 대다수 정책은 물론 내년도 예산안까지 심각한 차질이 예상된다.
현재 국회 처리를 기다리는 법안으로는 우선 해외자금의 국내투자를 유도하기 위한 외국인투자촉진법과 중소기업 전용시장인 코넥스시장 투자활성화를 위한 조세특례제한법이 있다.
특히 외국인투자촉진법의 경우 2조3000억원의 해외투자금 명운이 걸린 사안이어서 재계가 발을 동동 구르는 상황이다.
부동산 경기회복과 전월세 대책으로 추진되고 있는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폐지 △분양가 상한제 완화 △취득세 영구인하 △공공임대주택 공급 확대 △각종 금융·세제 지원 방안도 본격적인 논의도 해보지 못하고 가로막혔다.
소득공제를 세액공제로 전환하고 연소득 5500만원 이상의 근로자에게 소득세를 추가 증세하는 것을 골자로 한 세제개편안도 처리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는 세수확보 차원에서 마련한 것이어서 관련 법안이 통과되지 못하면 정부는 심각한 세수난에 시달리게 된다.
작년도 결산심사, 내년도 예산안 등도 민주당의 협조 없이는 단 한 발짝도 진행해 나갈 수 없는 것들이다. 작년 국회선진화법이 통과되면서 과반 의석을 확보한 새누리당이라도 단독으로 결정할 수 있는 건 거의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여야는 서로 책임공방만 벌이고 있어 대화로 사태 해결의 실마리를 찾는 게 좀처럼 쉽지 않아 보인다.
새누리당 정우택 최고위원은 “여당이 파행의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라는 데 동감하지만 민주당도 무책임에서 벗어날 수는 없다”고 주장했고, 민주당 우원식 최고위원은 “더 이상 대화로 풀기 어려워졌기 때문에 투쟁 강도를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9월 국회가 시작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데다 10월 재·보궐선거, 내년 6월 지방선거 등이 예정돼 있어 민생을 마냥 등지기엔 여야 모두적지 않은 부담이 될 것이란 지적이다.
따라서 추석 연휴 기간 동안 싸늘한 민심을 확인한 뒤에는 다시 정국 정상화를 위한 노력이 이어지지 않겠느냐는 희망섞인 분석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