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7월부터 종합병원급 이상으로 ‘포괄수가제’가 전면 확대되는 가운데 산부인과학회가 ‘수술 중단’까지 선언하며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산부인과학회는 4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포괄수가제는 산부인과에만 불리하게 작용하고 있다며 중증 환자들이 많은 대학병원 및 종합병원에 포괄수가제 적용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또 정부가 근본적인 해결방안을 제시하지 않은 채 강행할 경우 향후 복강경 수술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못 박았다. 복강경 수술 거부 기간은 다음달 1일부터 1주일간 이어질 전망이다.
검사 및 입원일수 등에 관계없이 미리 정해진 진료비를 지불하는 방식인 포괄수가제(진료비정액제)는 대학병원 등 종합병원을 제외한 전국 2900여개 병·의원에 적용돼 왔지만 내달부터 종합병원급으로 확대된다.
신정호 대한산부인과학회 사무총장은 “포괄수가제의 시행 대상 제왕절개술과 자궁·자궁부속기 수술은 사실상 산부인과의 거의 모든 수술”이라며 “이 모든 수술에 똑같은 수가를 적용한다면 새로운 신기술의 도입이 늦어질 수 밖에 없고 환자들이 혜택을 받지 못하게 된다”고 주장했다.
시행 대상인 7개 질병군 중에서도 산부인과는 유독 대상범위가 넓어 타격이 크다는 것이다.
학회 측은 포괄수가제 적용 수술 범위를 줄여달라고 2년전부터 정부 측에 요구해왔다. 변이도와 난이도가 적은 ‘개복자궁절제술’과 ‘정상산모 제왕절개’에 대해서만 적용해달라는 입장이다.
사실상 산부인과 수술의 절반에 달하는 복강경 수술을 빼 달라는 얘기지만 복지부는 이것이 불가능하다는 견해를 굽히지 않고 있다. 10년간 시범사업을 했지만 문제가 없었다는 것이 그 이유다.
학회 측은 병·의원을 대상으로 한 시범사업이었고 어느 대학병원도 시범사업을 실시한 적이 없다고 맞섰다.
김선행 대한산부인과학회 이사장은 “지난 해 포괄수가제 시행 이후 ‘시행 후 예상되는 문제점을 보완하겠다’고 약속한 복지부는 정작 시행 이후에는 의료계와 제대로 된 논의 자리도 마련하지 않은 채 시간을 보냈다”면서 “산부인과 수술환자의 대부분을 포괄수가 지불제도에 맞춰 진료를 해야만 한다면 새로운 재료, 새로운 수술 방법의 연구나 개발보다는 적자 폭을 줄이기 위한 값싼 재료와 저렴한 수술방법만이 강요되면서 우리나라 산부인과 학문 자체의 미래마저 심각한 위기에 처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복지부는 “산부인과의 자궁·자궁부속기 수술의 다양한 난이도가 수가에 충분하게 반영되지 못한 부분이 있다는 의료계의 지적을 감안해 개선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