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의 최우선 과제는 경제 살리기다. 자연스럽게 정부가 내놓은 경기활성화를 위한 부동산 대책 입법화와 추가경정예산안은 이번 4월 국회의 최대 민생 현안이 됐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가 ‘점잖은 상임위원회’라는 닉네임이 무색하게 여야 간 기싸움으로 공전을 거듭하게 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나라 살림과 세금 등 경제정책에 대한 국회의 의사결정을 담당하는 곳이 바로 기재위이기 때문이다.
기재위는 최근 소관부처인 기획재정부에서 제출한 ‘2013년 1차 추경예산안’을 놓고 골머리를 앓고 있다. 민생 추경의 필요성에는 여야 모두 합의했지만 추경의 투입 방향부터 재원 대책까지 곳곳에서 파열음을 내고 있어서다.
새누리당은 “경기회복에 차질이 생기지 말아야 한다”며 적기 추경과 원안 고수를 주장하고 있는 반면, 민주통합당은 이번 추경을 경기부양용이 아닌 ‘세입보전용·부동산대책용’이라고 비판하며 대대적 칼질에 나서겠다고 단단히 벼르고 있다.
대표 민생법안인 ‘4·1부동산대책’ 관련 후속 입법화에도 적잖은 진통이 예상된다. 여야 간 이견 차이를 보였던 집값 6억원 이하 양도세 한시 감면조치를 담은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은 처리됐지만, 6억~9억원 신규 미분양에 대한 양도세 면제 방안을 놓고 논란이 재점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투데이는 기재위의 쟁점 현안과 관련해 상편에서는 ‘4·1부동산대책’의 후속입법인 양도세 감면 조치 등을 담은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과 2013년도 1차 추가경정예산안을 다룬다. 이어 하편에서는 파생상품에 거래세를 부과하는 방안이 포함된 ‘증권거래세법 개정안’, 낙후된 서비스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등 핵심 민생 법안들에 대해 살펴볼 계획이다.
기재위도 이날부터 정부 추경 예산안 예비심사에 돌입했다. 하지만 예산 심사가 본격화되면서 추경의 용처와 재원 대책을 둘러싼 여야 위원 간 갈등은 수면 위로 떠올랐다. 추경안 심의는 당장 심사 이튿날부터 파행을 겪었다. 이날 오전 기재위 예산결산기금심사소위가 열리자마자 4분 만에 정회됐다. 야당이 증세를 통한 추경 재원 마련과 세입 결손에 대한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사과를 요구하며 심사를 거부했기 때문이다.
이후 기재위 여야 간사단을 중심으로 심사 속개를 위한 조율 작업 등을 벌인 것으로 전해졌지만, 아직까지 회의 일정조차 잡지 못하고 있다. 24일 첫 회의를 시작한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도 같은 논란이 이어지면서 큰 틀에서의 여야 간 합의를 이뤄내지 못한 데 따른 것이다.
기재위에서는 주로 추경 편성의 배경을 놓고 설전이 오가고 있다. 야당은 지난해 말 MB 정부가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과도하게 설정, 세입 측면에서 12조원 가량 차질을 빚게 돼 추경을 편성할 수 밖에 없었다는 점을 지적한다. 이 때문에 실제 경기부양을 위한 추경 규모는 전체 2조9000억원에 불과하다는 점도 문제 삼고 있다. 민주당이 세입결손 보전 규모를 축소하고 경기부양을 위한 세출경정 확대를 주장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적자 국채 발행으로 인한 재정건전성 확보 대책 마련도 야당 측이 줄기차게 요구하고 있는 사항이다. 이날 오후 열린 재정위 조세소위에서도 민주당은 소득세·법인세·조세특례제한법상 연구개발(R&D) 투자비용 공제 축소 방안 등 증세 관련 법안심사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설훈 민주당 의원은 “부자 증세로 부족한 세입을 확보하려는 노력 없이 국채를 발행해 다음 세대에 책임을 전가하는 것은 무책임하다”고 말했다.
반면 여당은 이 같은 야당의 주장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나성린 새누리당 기재위 간사는 야당의 ‘부자감세 철회’를 통한 증세 요구에 대해 “증세를 하면 투자와 소비가 줄어 추경 효과가 사라지게 된다”며 “법인세·소득세율 등을 높여도 내년 세수가 늘어나는 것이지 올해 추경 재원하고는 관계가 없다”고 주장했다.
또 “추경 재원은 기본적으로 적자국채를 발행해서 하는 것이 맞다”며 “한은 잉여금이나, 세계(歲計) 잉여금 등에서 자체 재원도 마련할 것”이라며 야당의 주장을 정면 반박했다.
◇‘강남특혜’논란에 ‘4·1부동산대책’ 후속 입법화도 난항 = 기재위는 지난 22일 전체회의를 열고 연말까지 ‘전용면적 85㎡ 이하 또는 집값 6억원 이하’의 주택을 구입하면 앞으로 5년간 양도소득세를 감면해 주는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1가구 1주택자(일시적 2주택자 포함)가 보유한 기존 주택과 신규·미분양 주택이 그 대상이다. 당초 정부는 1가구 1주택자의 전용면적 85㎡·9억원 이하 주택을 연내 매입할 경우 5년간 양도세를 면제해 주기로 하는 방안을 내놨다. 그러나 민주당은 9억원짜리 주택을 보유한 부자들에게까지 면제 혜택을 줄 필요는 없다며 그 기준을 6억원으로 낮출 것을 요구했고, 이를 정부와 여당이 수용해 가까스로 합의가 이뤄졌다.
다만 논란의 불씨는 여전히 남아 있다. 정부와 주택협회가 9억원 이하 준공 후 미분양주택에 대해서도 양도세 면제 기준을 적용해 줄 것을 재차 국회에 요청해 왔기 때문이다. 일단 이 문제는 기재위 내에서 추후 지원책을 논의키로 합의함에 따라 일단락됐지만 이후에도 여야는 여전히 엇갈린 입장을 내놓고 있다.
새누리당은 장기 미분양을 포함, 6억~9억원 신규 미분양에 대한 양도세 면제 요청이 올 경우 검토 가능성을 내비쳤다. 이에 반해 민주통합당은 이미 여야 합의가 끝난 사안이라며 맞서고 있다. 홍종학 민주당 의원은 “9억원 이하 중대형 주택에까지 양도세 면제 혜택을 줄 경우 결국 혜택을 보는 것은 재벌과 대기업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이 밖에도 4·1부동산대책에 포함됐던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폐지’와 ‘분양가상한제 신축 운영’ 방안 등도 과반수의 야당 의원들이 ‘부자감세’, ‘강남특혜’ 등을 이유로 강하게 반대하고 있어 관련 논의조차 무산될 위기에 처하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