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는 11일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동결한 데 대해 이렇다할 공식적인 반응을 내놓지 않았다. 당정청과 정책 공조 엇박자를 낸 데 대해서도 “노코멘트”라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청와대 한 고위 관계자도 이날 금통위 결정에 대해 “별 달리 할말이 없다”며 말을 아꼈다. 일단은 한은의 결정을 존중한다는 뉘앙스였다. 하지만 이 관계자는 “금통위에서 결정한 것을 어쩌겠느냐”면서도 이내 당혹감과 서운함을 감추지 못한 모습이었다. 당정청의 직·간접적인 금리인하 요구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김중수 한은 총재가 ‘마이웨이’를 외쳤기 때문이다.
한은은 이날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기준금리를 연 2.75%로 동결했다. 지난해 7월과 10월 0.25%포인트씩 두 차례 인하한 이후 6개월 연속 동결이다.
앞서 조원동 청와대 경제수석은 지난 3일 브리핑을 통해 “한국은행이 금리를 추가로 내려주면 더 좋다”고 말했다. 기준금리가 내려가면 추경 편성에 따른 국채금리 상승압력을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취지에서였다.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역시 지금의 경제 위기 국면을 돌파하려면 정책조합이 필요하다며 기준 금리 인하를 유도해왔다. 이 과정에서 한은에 금리 인하의 ‘명분’을 만들어주기 위해 정부의 열석발언권을 포기하는 모양새도 연출했다.
그러나 이날 한은의 금리 동결로 추가경정예산 편성 등 적극적인 경기부양에 나선 정부와 한은의 정책 협조는 이뤄지지 않았다. 동시에 정부와의 정책공조를 강조했던 한은은 ‘엇박자’라는 비판을 감수하게 됐다.
기재부 관계자들 역시 청와대에 마찬가지로 공식적인 반응은 자제했지만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 것으로 알려졌다. 기재부 내부에서는 “왜 한은이 이런 결정을 했는지 모르겠다”며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는 후문이다.
실제 청와대 일각에서도 “과거 정부에서 정책 공조를 강조하던 김 총재가 돌변한 데 대해 이해하기 어렵다”는 불만이 터져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금리 인하를 통해 경기를 살리고자 했던 정부와 청와대로서는 한은의 비협조로 난감한 상황에 놓이게 됐다. 또 현 경기 상황에 대한 한은과의 시각차가 여실히 드러남에 따라 서로간의 인식의 공감대 부재 극복이라는 과제도 떠안게 됐다. 당장 추경을 위해 더 많은 재정부담이 감수해야 할 정부와 청와대는 이번 주말경 구체적인 추경 규모를 결정한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