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고문은 지난 4일 도입한 주간연속 2교대제의 산파 역할을 했다. 그러나 주말 특근 임금산정방식을 두고 노조와 합의를 보지 못했다. 노조는 최근 2주 간 특근을 거부하면서 1만3000대 이상(2700억원 가량)의 생산차질을 빚었다.
수입차업체들의 성장으로 현대차가 내수 시장에서 부진을 보이고 있는 것을 고려하면 적지 않은 타격이다.
김 고문은 지난해 1월 윤여철 전 노무총괄담당 부회장이 자진사퇴하면서 부회장 자리에 올랐다. 윤 전 부회장은 당시 현대차 울산공장의 노조원이 분신을 기도한 뒤 끝내 숨지면서 이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퇴했다. 그러나 당시 울산공장장을 맡고 있던 김 고문이 동반 사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컸다. 노조원 분신 등 일련의 사태에 책임이 있는 김 고문이 노무총괄업무를 맡으면 노조와의 관계 개선이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이 때문에 김 고문이 1년 만에 사임했지만 그 훨씬 이전부터 단기 임기라는 언질을 받았을 것으로 업계에서는 보고 있다.
윤 사장의 이번 승진도 노조와의 관계가 가장 컸다는 분석이다. 김 고문이 강경한 이미지였던 데 반해 윤 사장은 노조의 반감이 크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윤 사장은 지난해 1월 지원사업부장(전무)에서 울산공장장(부사장)으로 승진하면서 본격적으로 노사 협상 테이블에 참여했다.
자동차업계 고위 관계자는 “박근혜 정부 들어 동반성장이 강조되는데 우리나라 노사문제의 대표격인 현대차의 노사문제가 불거지는 것이 부담스러웠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인사가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 체제로 가는 수순이란 해석도 나온다. 현대차 부회장단은 설영흥(1945년생) 중국사업담당, 최한영(1952년생) 상용차부문 담당을 제외하고는 1955년생 이후로 포진되어 있다. 김 고문은 1950년생으로 비교적 나이가 많은 축에 속한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11월 한규환 전 현대모비스 부회장을 현대로템 신임 대표이사 부회장으로 5년 만에 다시 불러들인 것을 제외하고는 세대교체 인사를 이어가고 있다.
한편, 현대차는 김 고문의 경질설에 대해 부인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김 고문은 지난해부터 여러 번 사의를 표명해왔다”며 “주간연속 2교대제 시행 이후에는 물러날 것이란 얘기를 해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