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이 장악하고 있는 글로벌 위탁생산업계에서 중국 본토 업체들이 경쟁자로 떠오르고 있다.
휴렛팩커드(HP)는 자사의 첫 안드로이드 태블릿PC인 슬레이트7의 조립 생산을 중국 BYD일렉트로닉에 맡겼다고 14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사정에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HP와 애플, 델 등 유명 정보·기술(IT)업체들은 대부분 제품을 자체 생산하지 않고 대만 업체에 맡겨왔다.
애플의 아이폰과 아이패드 등을 생산하는 혼하이정밀과 콴타컴퓨터, 컴팰과 페가트론 등 대만 업체는 세계 전자제품 위탁생산시장을 거의 독점하다시피 했다.
BYD일렉트로닉은 워런 버핏이 지분 10%를 보유한 것으로 유명한 전기자동차·배터리업체 BYD의 자회사다.
UBS의 아서 스에 애널리스트는 “BYD는 태블릿 조립 생산에 매우 진지하다”면서 “이들은 인지도가 매우 높은 기업을 고객으로 확보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지난달 선보인 슬레이트7은 가격이 169달러(약 19만원)로 구글의 넥서스7, 아마존의 킨들파이어보다도 가격이 30달러나 저렴한 저가형 태블릿PC다.
대만 업체들이 위탁 생산하는 넥서스7 등 기존 저가형 모델보다 더 가격을 낮추려고 중국 업체를 선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BYD는 “우리는 태블릿PC 사업을 활발하게 확대하고 있다”면서 “그러나 지금은 구체적인 사항을 알려줄 수는 없다”고 밝혔다.
슬레이트7의 프로세서도 퀄컴이나 엔비디아 등 미국 유명 제조사가 아닌 이름이 덜 알려진 중국의 푸저우록칩일렉트로닉스 제품을 채택했다.
대만 기술기업도 중국 본토 업체의 부상을 경계하고 있다.
혼하이 자회사인 팍스콘은 지난 2007년 BYD가 자사 종업원을 고용해 비밀을 빼돌리려 했다고 고소했다. 현재 이 건은 재판이 아직 진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