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 a role model(솔선수범하자)!”
한현미 아시아나항공 전무(서비스본부장) 집무실 한편에 걸려 있는 문구다. ‘아시아나항공 최초 여성 임원’, ‘초고속 승진’, ‘의료시스템 선구자’ 등 그를 따라다니는 화려한 수식어는 이 문구와 무관치 않다.
1990년 항공의료원으로 아시아나항공에 입사한 그는 16년 만인 2006년 임원(상무보)이 되면서 여성 임원의 첫 물꼬를 터줬다. 6년 뒤인 지난해에는 전무로 승진했다. 남들은 뚫기도 어렵다는 ‘유리 천장’을 초고속으로 관통한 비결은 무엇일까.
대학에서 간호학을 전공한 한 전무는 우연히 학과 선배의 권유로 간호사의 길이 아닌 항공사와 인연을 맺게 됐다. 항공사에도 조종사, 승무원의 건강을 최우선적으로 관리하는 부속의원이 있어 전공을 충분히 살릴 수 있겠다는 판단에서다.
그는 입사와 동시에 체계적인 의료시스템을 구축했다. 한 전무는 “특정인, 의료인이 아니어도 누구라도 운용할 수 있고 원활하게 돌아갈 수 있는 의료시스템을 구축, 아시아나만의 의료 서비스를 위한 기초를 다졌다”고 설명했다.
그는 입사 이후 20여년간 아시아나 의료 서비스를 일깨우고 손질했다. 아시아나와의 인연은 ‘우연’ 보다는 ‘숙명’에 가까웠다는 게 한 전무의 소회다.
밤낮으로 뛰다 보니 어느덧 임원이 돼 있었다는 한 전무. 주경야독하며 박사학위까지 따낸 그의 노력이 빛을 발하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한 전무는 임원 승진 2년여 만인 2009년 ATW(Air Transport World)의 ‘올해의 항공사상’을 수상하며 노력의 첫 결실을 맺었다. 그는 “올해의 항공사상은 질 좋은 서비스는 물론 회사 안전도, 높은 수익성, 탄탄한 네트워크, 최첨단 정보통신시스템 등이 모두 갖춰져야 받을 수 있는 것으로 전 세계 유수 항공사들이 이 상을 받기 위해 노력한다”며 “수상을 계기로 브랜드 이미지가 높아진 것은 물론 대한민국 항공산업에 큰 획을 그었다고 생각한다”며 뿌듯함을 감추지 않았다.
그 뒤로도 아시아나항공은 2010년 스카이트랙스, 2011년 글로벌 트래블러, 2012년 비즈니스 트래블러와 프리미어 트래블러로부터 4년 연속 ‘올해의 항공사’ 상을 수상하며 위상을 높였다.
한 전무가 특히 서비스 부문에서 강조하는 부분은 ‘자발적으로 우러나온 직원들의 서비스 마인드로 인한 고객 감동’이다. 수천명에 달하는 직원들이 똑같은 서비스를 일괄적으로 제공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 그는 “고객 요구는 천차만별이라 당시 상황에 맞게 자발적으로 도와주는 것이 진정한 서비스”라며 “감동적인 조직문화가 고객에게 전달되고, 고객이 다시 아시아나를 찾으면 현장에서는 더욱 신이 나 서비스하는 ‘선순환’ 구조가 이상적”이라고 강조했다.
이 같은 부분을 강조하다 보니 이착륙 시 놀라 우는 아이들을 능숙하게 달래 잠재우는 승무원을 본 외국 승객이 사진을 찍어 인터넷에 올린 일화도 생겨났다.
한 전무의 손길은 회사 곳곳에서 묻어난다. 상무 승진 뒤 지하주차장 건립, 산책코스 조성, 최첨단 교육동 증축 등 직원들이 원하는 시설물들이 하나둘씩 생겼다.
올해 목표는 ‘현장 중심의 본부장’이 되는 것. 한 전무는 승무원들이 가장 몰리는 매 주말 새벽마다 공항을 찾는다. 승무원들에게 커피도 사주고 이야기도 나누면서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듣는다.
평일에도 새벽 4시면 눈이 번쩍 뜨인다는 그. 작은 체구임에도 일에 대한 열정이 넘치는 그의 장기적 목표는 5년 내 확고한 글로벌 항공사로 올라서는 것이다. 그는 “앞으로 4~5년 뒤 아시아나의 비행기는 100대가 넘고, 기종도 중대형이 주력이 될 것”이라며 “이 시점이 터닝포인트다. 서비스 수준도 그에 걸맞게 확고히 정립할 것”이라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한현미 전무 약력
△1960년 강원 출생 △1983년 연세대학교 간호학과 졸업 △1983년 대한항공 항공의료원 △1984년 연세대학교 간호학과 석사 △1990년 아시아나항공 의료서비스팀 △2003년 연세대학교 간호학과 박사 △2006년 아시아나항공 환경고객부문 상무 △아시아나항공 전무(서비스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