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덕의 대중문화 읽기] 아이돌 걸그룹 선정성 논란의 의미는?

입력 2012-10-11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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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신보를 발매하고 활동중인 4인조 걸그룹 씨크릿이 “쩍벌춤”으로 선정성 이슈에 휘말렸었다. 바로 직전에는 일본에서는 소녀시대보다도 인기가 높다는 카라의 9월초 컴백무대에서 소위 “착시 수영복의상” 으로 역시 “선정성”이라는 논란을 일으켰었다.

작년 여름에는 9명으로 구성된 나인 뮤지스라는 걸 그룹의 한 멤버가 수영복을 입고 화보를 찍은 사진이 선정성이라는 검색어에 아주 자연스럽게 포함되었다. 이 멤버는 미성년자도 아닌 23세의 법적인 성인이었는데도 말이다.

아마도 이러한 글을 쓰는 기자나 언론은 선정성이라는 단어를 sensational이 아닌 sexuality로 이해하고 있다고 생각된다.

섹슈얼러티는 기본적으로는 나와 타인, 즉 나와 너 그리고 우리의 관계의 이슈이다. 이것은 우리가 오늘과 다른 내일을 기대하듯이, 다른사람과의 관계망(network) 형성에서 기존의 고착된 전통이나 관습에서 벗어나고저 계속해서 가꾸고 치장하며 새롭게 변신하고 싶어하는 행위에서 출발한다. 영국의 사회학자 안소니 기든스(Anthony Giddens)는 그의 저서 “Sexuality, Love & Eroticism in Modern Societies”에서도 같은 주장을 펴고 있다.

우리가 간과하고 있는 사실은 (근본적으로) 아이돌 걸그룹의 선정성이 문제가 아니라(지금의 아이돌 걸그룹의 안무와 의상이 선정적이라고 가정한다면) “쩍벌춤”과 같은 표현을 만들어 내어 오히려 선정성을 부추키는 일부 언론사들의 태도가 더욱 문제인 것이다. 이것이 바로 엘로우 저널리즘(Yellow Journalism)이 전형적으로 보여주는 선정적인 자세이며, 이러한 구태의연한 태도보다는 싸이 이전에 K Pop의 토대를 일구어 놓은 아이돌들의 고민과 근심이 무엇인지를 생각하여 그 해결책을 같이 찾아보는 것이 더욱 바람직하지 않을까?

우리가 TV를 통해 바라보는 아이돌 걸그룹의 안무를 가만히 생각해보자. 현란한 카메라워킹 기법에 춤과 의상만이 아니라 화장이나 액세서리등을 집중조명하며, 특히 신체의 특정부위에 포커스를 맞추곤한다. 이 과정에서 아이돌 걸그룹의 멤버들은 무의식적인 수치심과 자존감에 상처를 입는다.

이 같은 방송사의 상업적인 뻔뻔한 카메라 슈팅에 우리는 아주 관대하며 심지어 의식조차 하지 않는다. 프랑스의 사상가 장 보드리야르는 “걸프전은 없었다” 라는 비유를 들어 이 같은 미디어의 페해를 비판하였는데, 이것은 그의 주장대로 미디어의 교묘하게 숨겨진 시뮬라시옹임은 분명하다. 마치 2002년 한일 월드컵 16강전의 한국과 이탈리아의 연장전에서의 토띠의 헐리우드 액션처럼 말이다.

또한 어떤 대중음악평론가들은 “아이돌그룹의 이러한 섹시 컨셉의 볼거리 보다는 가수들의 음악적 성숙이 더 중요할 것." 이라고 TV연예 프로그램에 나와서 당당하게 말하기도 한다. 이들에게 묻고 싶다. 과연 대중음악의 성숙도란 도대체 무엇을 의미하는가? B급이 아닌 A급을 요구하는가? 현재 대한민국의 대중음악 역사를 매일매일 새롭게 만들고 있는 싸이는 스스로를 ”B급 문화“라고 지칭하였다. 이 말은 싸이가 기존의 아이돌들의 인기도보다 본인이 뒤쳐져있다는 의미(한국에서)와 음악적 완성도보다는 대중적인 코드에 본인의 음악적 취향이 맞추어져있다는 의미로 이해한다. 당연 ”강남 스타일“처럼.

2012년 5월 제주포럼에서 최광식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러시아 방문시 본인의 스케줄을 어떻게 알고서 공항에 수백명의 시위대(?) 가 포진하고 있었다고 자랑스럽게 언급하였다. 다름이 아니라 아이돌 그룹인 ‘샤이니” 의 공연을 러시아에서 열게 해달라는 애교있는 압력이었다. 초국적화, 탈경계화, 하이브리드등의 문화현상을 보이며 문화자본(social capital)으로서의 가치를 인정받으며 “아이돌 K Pop”으로 대표되었던 한류가 금년초부터 시작된, 모 기획사대표의 아이돌 연습생 폭행사건, 태국에서의 모 아이돌그룹의 매너 없는 행동, 작년말 소녀시대의 미국시장 진출후 별다른 성과없음 그리고 이러한 한류의 근원지인 일본과의 정치적인 이슈등으로 조금씩 자신감을 잃어가고 있는 아이돌 K Pop은 2007년부터 소녀시대와 원더걸스를 중심으로 시작된 “아이돌그룹이 이끄는 신한류”의 5여년간의 전반전을 자연스럽게 마치고 이제 후반전을 준비하려한다. 그러나 잠시의 휴식도 없이 국내에서는 금년도에만 9월 현재 약 35여개팀의 아이돌 그룹이 새롭게 데뷔하여 자생적으로 치열하게 경쟁력을 키우고 있다.

아이돌중심의 기획사들은 이제 “싸이 신드롬”을 바라보며 글로벌전략에 변화를 줄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서 우리가 잊지말아야 할 것은 “싸이현상”은 외국의 기존 아이돌 K Pop팬들이 그 중심에 있었다는 사실이다. 현재 K Pop으로 상징되는 한류가 확대재생산되기 위하여는 지금의 아이돌 그룹이 계속해서 진화해야 가능할 것이다. 지금의 아이돌 육성 시스템과 전략에 수정이 있더라도 말이다.

자, 이제 누가 먼저 아이돌 걸그룹의 “쩍벌춤”으로 상징되는 선정성에 돌을 던질것인가? 1) 천진난만하게 (선정적인 ?)춤을 소화해 낸 아이돌 걸그룹

2) 그러한 춤을 창작한 안무가

3) 상업적인 전술을 펼쳤다고 심증이 가는 해당 기획사

4) 격자화된 포스트 모더니즘을 충실히 수행하고저 교과서적인 카메라 기법을 선보인 방송사

5) 아이돌 걸그룹이 TV에 등장하면 선정적인 단어를 제목으로 오히려 선정성을 만들어내는 일부 언론사

이중 누가 가장 큰 돌덩어리를 맞아야 할까?

우리 모두 진지하게 생각해 보아야 할 문제이다.

동아방송예술대학 엔터테인먼트 경영과 겸임교수 김 기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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