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종합편성채널 드라마와 한 케이블방송 리얼리티 프로그램에 출연한 것 외에는 대중들의 시야에서 사라졌던 박진희가 새로운 영화로 찾아왔다. ‘열세살, 수아’(2007)로 어린 소녀의 섬세한 감성을 스크린에 옮긴 김희정 감독의 신작 ‘청포도 사탕 : 17년 전의 약속’이다.제목만으론 어떤 영화인지 추측하기 힘들다.
다소 오랜만의 영화 출연이다. 그의 말대로 이야기의 완성도는 이미 세계적으로 인정받은 시나리오다. 신인 감독들의 신작 개발을 지원하는 프랑스 칸 영화제 ‘레지던스 10주년 기념 프로젝트’로 선정된 영화가 바로 ‘청포도 사탕’이다. 배우로서 욕심을 낼만한 프로필의 작품이다.
영화는 과거의 비밀을 간직한 선주(박진희)와 소라(박지윤)가 시간이 흐른 뒤 우연히 만나면서 비밀의 실체를 깨닫게 되는 과정을 그린다. 박진희가 연기한 선주는 틀 안에서 움직이는 정확한 인물이다. 직업도 은행원이다. 평생을 짜여진 생활 스케줄에 맞춰 살아왔다. 무엇하나 흠 잡을 것이 없는 인물이다.
아쉬움이 컸었다면 즐거움은 이번 영화에서 함께 한 가수 출신 박지윤과 선배 연기자 김정난과의 추억이다. 워낙 저예산의 녹록치 않은 현장이라 서로에게 의지하는 일이 많았다고. 세 사람은 서로의 촬영이 없는 날에도 현장에서 응원을 아끼지 않았단다. 그는 “30대 미혼 여자 세 명이 모여 있는데 무슨 얘기를 했겠나”라며 “접시 수백 장은 깨고 온 것 같다”고 웃었다.
박진희는 “나야 뭐 덩치가 있어서 괜찮았는데, 가녀린 박지윤은 정말 큰일 날 뻔했다. 결국 한 스태프가 카메라 앵글 밖에서 허리춤을 잡고 촬영할 정도였다”며 아찔했던 순간을 설명했다.
아직 영화는 언론 대상 시사회도 열리지 않았다. 영화 ‘청포도 사탕’. 대체 어떤 영화일까. 그 사탕, 달콤한 맛일까. 혹은 씁쓸한 기억의 후회일까.
청포도 사탕 : 17년전의 약속’ 그리고 박진희. 기분 좋은 만남이었다. 같은 30대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