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약가인하와 해외 신흥시장 임상허가기준 강화 등 어려운 사업환경이 예상된다. 보다 공격적인 사업전략으로 위기를 성장의 발판으로 삼겠다”
지난달 말 이사회에서 정일재 LG생명과학 사장이 밝힌 사업전략이다. 올해 4000억원의 매출 목표를 내세우며 닻을 올렸던 정일재 사장의 공격경영이 본격화되고 있다. 그 신호탄으로 지난 7일 LG생명과학은 전세계 1위 제약사 화이자와 손잡고 제네릭(복제약) 시장 확대를 선언했다.
올해 LG생명과학은 글로벌 사업에도 강한 드라이브를 건다는 구상이다. 정 사장은 “지난해 40% 선이었던 수출비중을 45%까지 늘리겠다”며 공격적인 해외진출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기존 사업인프라를 활용해 자체 원료합성 기술을 확보한 천식치료제(몬테루카스트)와 항혈전제(클로피도그렐) 등에 대한 중동·인도·태국 등의 이머징마켓 진출이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오는 8월에는 종합비타민제와 간기능강화식품 등 7~8개 품목으로 구성된 자체 건기식 브랜드도 출범된다. 주력사업인 바이오의약품 부문도 강화된다. 현재 개발중인 관절염 치료제 엔브렐과 함께 올해 중으로 또 다른 관절염 치료제 ‘휴미라’와 항암치료제의 바이오시밀러 개발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이같은 LG생명과학의 거침없는 공격경영은 오는 4월로 예정된 일괄약가인하 업계의 영업환경 악화에 따른 돌파구 마련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매출액은 3815억원으로 전년 대비 12%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약값인하 영향으로 전년 대비 40% 감소한 106억원을 올렸다. 신약개발을 위해 매출의 20%에 달하는 비용을 연구개발(R&D)비로 쏟아붇고 있는 상황에서 실탄확보 또한 절실했다는 분석이다.
신은지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LG생명과학의 제네릭 외연 확대는 새로운 캐시카우(현금창출) 사업 확보라는 측면에서 단기적 성장 전략으로 주효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에 따라 비즈니스 마인드에 입각한 정일재 사장의 경영전략에도 한층 힘이 실리게 됐다. LG그룹이 지난 2010년 말 연구소장 출신의 김인철 사장 대신 마케팅 전문가인 정 사장에게 사령탑을 맡긴 것도 바이오와 해외사업 투자 확대에 따른 전략 마련이 중요하다는 판단에서였다.
정 사장은 지난 2006년부터 2009년 말까지 LG텔레콤 CEO로서 LG의 무선통신사업을 이끌며 무선 인터넷 서비스 오즈(OZ)로 통신업계에 돌풍을 일으켰다. 또 LG텔레콤이 LG데이콤·LG파워콤과 합병하며 LG유플러스를 출범시키는 데 크게 기여하기도 했다. 이러한 정 사장의 위기관리 및 사업실행 능력이 올해 추진되는 LG생명과학의 신사업에서도 성과로 빛을 발할 수 있을 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LG생명과학의 이같은 행보에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자본력을 앞세운 대기업이 제네릭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 경우 복제약 생산에 주력해왔던 국내 중소형 제약사들에겐 위협이 될 수밖에 없어서다. 업계 관계자는 “LG생명과학과 화이자의 제네릭 시장 협공은 마치 대형마트가 SSM를 통해 골목상권을 위협하는 격”이라며 “약가인하와 맞물려 기존 제네릭 업체들의 입지는 더욱 좁아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