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도 ‘분노의 질주’ 같은 액션 영화를 만들 수 있을까?
영화 ‘퀵’은 위의 질문에 명쾌한 해답을 내놓는 작품이다. 블록버스터를 표방하며 100억원의 제작비를 투입한 ‘퀵’은 헐리우드 영화와 비교해도 손색없는 결과물을 만들어냈다.
‘퀵’은 빠르기로 업계에 소문난 퀵서비스맨 이민기(한기수 역)와 걸그룹 오케이 걸즈의 멤버 강예원(아롬 역)이 익명의 남자에게 30분 내에 오토바이로 폭탄을 일정한 장소에 배달해라는 협박을 받으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영화는 115분의 러닝 타임동안 오토바이의 쾌속 질주와 폭탄이 터지는 것에 집중한다. 서울의 유명한 번화가인 강남역과 명동에서 펼쳐지는 이민기와 경찰들의 추격전은 빠른 전개로 눈을 뗄 수 없게 만든다. 경찰차들이 이민기와 강예원이 함께 탄 오토바이를 가로막고 있을 때 엄청난 속도로 터널 옆면을 질주하며 도망치는 장면은 압권으로 분노의 질주 오토바이 버전을 연상케 한다.
이런 가운데 영화는 진지한 장면에서 한 박자씩 어긋나는 유머도 진행한다. 이민기를 쫓는 폭주족 출신 교통 경찰 김인권(명식 역)이 너무 긴장해 폭탄제거선을 잘못 자른 것, 강예원의 수갑을 풀기 위해 연장으로 내려치다가 뒤늦게 수갑 열쇠가 있는 사실을 깨달은 이민기 등 긴박한 상황에서 나사빠진 캐릭터들의 행동들로 영화는 배꼽을 잡게 만든다.
이민기는 영화에서 완벽하고 멋진 액션 남자 주인공에서 탈피해 폭탄을 두려워하며 걸출한 경상도 사투리를 사용해 인간적인 면모를 보여줬다. 강예원 또한 보통의 액션 영화에서 비춰지는 예쁘기만 한 여배우에서 벗어나 헬멧을 끼고 샤워를 하며 토사물을 게워내는 등 무지막지하게 망가지는 연기를 선보였다. 명품 조연 고창석은 김인권의 상사로 역으로 분해 등장할 때마다 폭소를 선사해 존재감을 확인시켜 줬다.
다만 폭탄 배달 도중 이민기와 강예원이 서해안에서 조개구이를 먹고 여관에서 하룻밤을 묵는 등의 맥락없는 장면은 오토바이 엔진 소리에 날려보내도 무방할 것으로 보인다.
천만관객 신화를 이끈 해운대의 스텝과 배우들이 뭉쳐 만든 퀵이 해운대의 기록을 넘어설 수 있을지 주목된다. 뚝방전설을 연출한 조범구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오는 20일 개봉. 15세 관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