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관훈 CJ(주) 대표는 대한통운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다음 날인 29일 오전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은 청사진을 제시했다. 식품과 생명공학, 엔터테인먼트&미디어와 함께 ‘신물류’를 4대 사업군으로 묶어 그룹의 주력 사업으로 육성한다는 비전이다.
연매출 2조5000억원의 대한통운과 1조3000억원의 CJ GLS를 합치면 현재 세계 20위권이지만, 그룹의 목표대로 20조원을 달성하면 덴마크 ‘DSV’에 이어 세계 7위로 등극할 수 있다.
이 대표는 이를 위해 “CJ GLS와 대한통운의 상호 시너지 창출을 극대화하고 역량있는 글로벌 업체의 M&A도 적극 검토할 예정”이라면서 시장 일각에서 우려하는 ‘승자의 저주’ 논란을 일축했다. 대한통운과 CJ GLS가 지난해 국내 ‘3자물류’ 부문에서 매출 1,2위를 기록했다. 이 대표는 대한통운은 육상운송과 해운항만에 강점이 있고 CJ GLS가 보관과 배송 경쟁력이 강해 두 회사의 동반상승 효과가 크다고 설명했다.
대한통운 인수를 사실상 결정지은 바로 다음 날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 대표와 동석한 5명의 그룹 주요 임원들의 모습에는 자신감이 넘쳤다. 시장에서 우려하고 있는 인수대금 마련 문제와 대한통운 노조의 반대 등 인수 걸림돌이 그다지 문제 되지 않는다는 모습이었다.
이 대표는 대한통운 노조의 반발을 의식한 듯, "우수한 역량을 가진 대한통운 임직원의 안정적 고용을 보장하며 절대 인위적인 구조조정을 진행할 계획이 없다"며 "대한통운 노조와도 상생적인 발전관계를 구축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대한통운 임직원들에게 ‘물류 최고 전문가’라는 말을 서너번 강조하며 이들을 적극 끌어안는 모습을 보였다.
‘승자의 저주’ 우려에 대해서도 기자간담회 대부분의 시간을 할애하며 시장의 근심을 덜어주는 데 주력했다. 기자간담회에 이어 곧바로 기관투자자 및 애널리스트를 상대로 기업설명회(IR)을 열어 이같은 우려를 조기 차단하는 데 역점을 뒀다.
포스코와 삼성의 연합으로 인수 가격이 상승한 부분은 있지만 두 회사의 시너지 가치를 고려하면 무리한 가격은 아니었다는 것이 주된 내용이다.
인수대금 마련과 관련 이 대표는 “삼성생명 주식 유동화와 계열사들의 보유 현금 등으로 자금 조달이 충분하며, 5000억원의 유상증자도 검토하고 있다”면서 자금 조달에 문제가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차입을 고려하고 있지만, 현금 마련을 위해 급하게 움직이지는 않겠다고 밝혔다.
이 대표와 동석한 구창근 재무담당 상무는 "김포와 영등포 부동산이 6000억 가치가 되는데 부동산 경기 안좋은 상태에서 당장 처분하지는 않겠다"며 "일단 보유현금 및 삼성생명 주식의 유동화를 고려하고 있지만 급하게 서두르지 않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