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음료시장에 한 번 재미를 본 몇몇 제약업체가 주류를 버리고 한 눈팔기에 여전히 ‘푹’ 빠져 있다.
소수 업체는 음료 제품을 내놓은 지 10년이 흐른 지금도 신약개발에 매진하기는 커녕 기존 제품의 마케팅 강화와 새로운 음료 출시에 열을 올리고 있다.
몇몇 기업이 음료시장에서 매출을 늘리자 타 제약사들도 이 트렌드를 따라가고 있어 업계의 외도가 '점입가경'으로 치닫고 있다. 무늬만 제약사가 늘고 있는 것이다.
광동제약은 ‘비타500’과 ‘광동옥수수수염차’ 등 식음료제품 및 비의약품을 앞세워 전체매출에 60%의 비중을 차지한다. 의약품 분야는 매출의 40%내외에 불과하다. 식음료분야의 매출이 전체의 절반이상 비중을 차지하고 있어 업종의 분간이 가지 않을 정도이다.
최수부 광동제약 사장은 올해 초 주주총회에서 “신약 연구 개발이 단계별로 진행되고 있어 올해 지속적인 성장이 기대된다”며 의약품 경쟁력 강화도 주문했다.
하지만 최 사장의 뜻과는 반대로 광동제약은 당장의 실적에 급급해 ‘비타500’의 광고모델을 인기 걸그룹 소녀시대로 기용하며 마케팅 강화에 힘쓰고 있다. 또 다른 주력제품인 ‘광동옥수수수염차’ 모델로 인기배우 현빈을 기용했다.
광동제약이 제약사업을 포기하고 음료사업을 주력 바꾸는 것이 아니냐는 설까지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2월 초 위염치료 개량신약 ‘에카렉스 현탁액’을 출시했을 뿐 치매치료제인 천연물 신약의 임상이 진행중이지만 더디고 현재 뚜렷한 출시 계획을 앞둔 신약이 없다.
지난해 광동제약은 2894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이 중 ‘비타500’은 835억으로 전체매출의 30% 이상 넘었다. 2001년 출시해 이듬해 97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전체(1049억원) 비중에서 9%를 넘겼다. 이후 10년간 8배가 넘는 매출 증가를 보더라도 이 기업은 음료만 집중적으로 육성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비타500’ 출시된 후 2002년 식품 및 기타를 제외한 의약품의 매출은 450억원으로 전체 중 42%로 가장 많았고 식품이 10%(110억)를 겨우 차지했지만 지금은 상황이 역전됐다.
또 2006년 출시한 ‘광동옥수수수염차’는 지난해까지 누적 판매수가 7억병이 넘었고 2010년 461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음료사업에 재미들인 이 기업은 최근에는 ‘광동 맛초’와 아연 음료 ‘ZMD’ 등의 출시를 연발하고 있다.
현대약품도 지난 1989년 출시한 기능성 음료 ‘미에로화이바’로 아직도 짭짤한 재미를 보고 있다. 출시 10년 후에는 335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전체 736억원 중 45%가 넘는 비중을 차지했다. 이 제품의 비중이 식음료분야의 비중과 같은 셈이었다.
이 회사는 이후 장건강 기능성 음료 ‘헬씨올리고’와 녹차의 주성분인 카테킨 함량(5배 이상)을 높여 체지방과 피부 미용에 좋은 ‘다슬림’ 녹차를 출시해 매출 증대를 꾀했다.
그 결과 지난 2004년에는 총 매출 1200억원 중 식품분야가 약 560억원을 기록해 전체 비중의 40%이상을 계속 유지할 만큼 회사의 주력사업이 됐다. 의약품은 55%대를 겨우 유지했다.
‘미에로화이바’는 매출이 줄긴 했지만 지난해 178억원을 기록해 전체(1277억원) 중 약 7%를 차지하며 여전히 주력 제품 중 하나로 군림하고 있다. 현대약품은 ‘미에로화이바’를 대체할 제품으로 2009년 ‘미에로뷰티엔 180’을 출시해 제2의 ‘미에로 붐’을 노리고 있다.
몇몇 제약기업들이 음료시장 진출로 이득을 보자 일부에서도 본격적인 이 분야 공략에 나섰다. 명문제약은 최근 남미의 인삼으로 불리는 과라나를 활용한 기능성 에너지음료 '파워텐'을 출시했으며 보령제약도 지난해 새로 출시한 숙취해소, 니코틴 해독음료 ‘알틴제로 울금’ 등의 마케팅활동에 주력하고 있다.
위축된 업계 상황으로 매출을 늘리기 위한 사업 다각화라는 주장도 있지만 일각에서는 국민들의 건강을 책임져야 할 제약사들이 연구개발로 질 높은 의약품을 출시해야하는 본분을 잊어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