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은 14일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를 열고 10월 기준금리를 연 2.25%로 동결했다. 이로써 한은 기준금리는 지난 7월 2.00%에서 2.25%로 0.25%포인트 인상된 후 8월과 9월에 이어 3개월째 멈춰섰다.
이번 금리 동결은 세계경기 회복세가 둔화되는 상황에서 글로벌 환율변동 등으로 인해 한국경제에 리스크가 크게 작용할 것으로 예상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소비자 물가가 전년동월대비 3.6%로 급등한데다 향후에도 3%대의 높은 수준의 물가상승률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기준금리 인상이 지연됨에 따라 금융시장에서는 통화정책의 중립성에 대한 논란 또한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원·달러 환율 영향 미비= 기준금리 동결에도 불구하고 원·달러 환율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대비 9.8원 내린 1110.9원에 거래를 마쳤다. 환율은 개장 이후 주로 1113~1114원대 흐름을 보이다가 금리동결 소식이 전해진 직후 1117.2원까지 반등했으나 곧바로 1110원대 초반으로 하락, 1110원선에서 장을 마감했다.
외환시장 관계자는“기준금리 결정에 따른 환율 영향은 애초 제한적으로 예상됐다”고 말했다.최근 원화 강세의 가장 큰 배경은 달러화 약세다.
미국의 추가 양적 완화 시행이 초읽기에 들어가면서 달러화 약세가 가파르게 진행되고 있다. 특히 오는 11월 초 미 연방준비제도(Fed)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양적완화 조치를 결정하면 달러화 약세는 더욱 가속화할 것으로 예상했다.
삼성경제연구소 정영식 수석연구원은“미국의 유동성 공급 확대는 기정사실화되는 분위기 이기 때문에 실제로 달러를 얼마나 풀지에 따라원·달러 환율 방향도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한국의 경우 주요 20개국(G20) 서울 정상회의를 앞두고 외환당국의 입지가 좁아진 점도 원·달러 환율 하락을 뒷받침하고 있다.
◇은행 예금금리 떨어질 듯= 기준금리 동결로 채권 등 시장금리가 하락하면서 은행의 정기예금 금리 또한 내려갈 전망이다. 금통위가 기준금리를 동결했지만 시장금리가 내려가고 있어 예금금리는 추가 인하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시중은행 관계자는“예금금리는 채권 등의 시장금리 동향에 따라 변동폭이 달라진다”며 “기준금리 동결 결정 이후 시장금리가 하락해 예금금리도 하향조정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금통위가 지난달 기준금리를 동결한 이후 시장금리가 하락하자, 은행의 예금금리도 지속적으로 떨어졌다.
국민은행의 1년 만기 '국민슈퍼정기예금' 금리와 하나은행의 '369정기예금'(1년 만기) 금리는 연 3.5%까지 내려갔으며 우리은행의 1년 만기 '키위정기예금' 금리도 연 3.55%이다. 신한은행의 '월복리 정기예금'의 금리는 연 3.76% 수준이다.
◇치솟는 물가, 어떻게 하나= 하지만 세달 연속 기준금리가 동결되면서 물가를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물가 상승세가 심상치 않기 때문이다. 경기회복에 맞물려 수요압력이 거세지는 상황에서 기상악화 등으로 배추값이 폭등하면서 소비자물가의 상승폭이 더욱 가팔라졌다.
9월 물가상승률이 일시적인 요인 때문이라고 해도 일단 인플레이션 기대심리를 자극할 수 있다. 또 신선식품 물가 뿐만 아니라 공공요금이나 서비스 요금 상승 등 물가불안 요인이 남아있다.
김 총재도 물가상승 압력을 간과하고 있지는 않다. 그는 "4분기부터 내년까지 물가상승률 예상치가 3%를 넘기 때문에 이 부분에 대해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글로벌 환율전쟁의 영향으로 이번에도 금리가 동결되자 금융권 안팎에서는 통화정책이 선제적으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지난달 금리를 동결할때부터 이미 실기(失機)했다는 비판이다.
외환시장 관계자는 “소비자물가가 중기 물가안정목표치 중심축인 3%선을 넘어선 상황에서도 금리인상이 이뤄지지 않았은데 김 총재가 기준금리 정상화라는 입장을 누차 강조했지면 결국 금리를 또 동결됐다”면서 “금리인상의 당위성에도 매번 기준금리를 인상하지 못함에 따라 연내 금리인상도 장담하기 어렵게 된데다 통화정책에 대한 신뢰감도 깨지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