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의료계의 행사들이 잇따라 취소되거나 축소되고 있다. 이들 행사들의 대부분은 제약사 후원으로 이뤄져 왔다는 공통점이 있다. 리베이트 쌍벌죄 법안이 통과된 후 변화된 모습이다.
동아제약 등 상위제약사들의 1분기 실적을 봐도 변화가 감지된다. 이들 제약사들은 신종플루 특수를 맞은 녹십자를 제외하고 매출액이 모두 감소했다. 그러나 한 가지 는 것이 있다. 바로 영입이익이다.
동아제약은 매출액이 7.54% 증가에 그쳤지만 영업이익은 30%가 넘게 올랐고 유한양행도 고작 4.6% 매출이 올랐지만 영업이익은 23.4%나 급증했다. 종근당도 영업이익이 30%가 넘는다.
업계는 리베이트에 대한 감시가 강화되고 제약사들의 공격적인 영업이 사라지면서 매출액은 줄고 영업이익은 급증하는 기현상이 일어나고 있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또 기존 10개사 중심에서 30개사로 늘려 리베이트 자정운동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30개 제약사 CEO, 영업본부장급 30여명은 최근 모여 리베이트 자정운동 모임을 가졌고 앞으로 한 달에 두 번씩 모이기로 했다.
이들은 상호 고발 감시시스템을 보다 본격화하고 영업사원들에 대한 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등 다양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의료계에서는 보다 발빠른 변화가 감지된다. 김해시의사회, 구로구의사회 등 일부 지역의사회들은 영업사원들의 방문금지령을 내렸으며 개별적으로 영업사원을 만나지 않는 의사들도 급증하는 추세다.
제약사의 영업방식이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는 주문이다. 그동안 국내제약사에서 영업부서는 회사의 최일선에 있으면서 최고의 대우를 받았다. 그런만큼 실적에 대한 압박감이 컸다.
그러나 이제는 예전처럼 20%씩 성장하는 고성장 시대는 끝났다. 고성장 실적위주의 영업마인드에 큰폭의 수술이 필요하다. 직원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하는 영업사원들을 앞으로 어떻게 관리하느냐도 경영진의 심각한 고민이 뒤따라야 한다.
특히 이제는 연구인력에 대한 제대로 된 평가가 필요하다. 정부가 제약사 R&D에 집중적으로 투자한다는 방침을 천명한 상황에서 리베이트 비용을 본격적으로 신약연구개발에 투자해야 한다.
매출 대비 신약 R&D투자 비율은 국내 주요 제약기업들이 평균 5% 수준인데 이를 리베이트(매출액의 20%) 수준으로만 올려도 세계적인 수준(매출액 대비 평균 17%)으로 올라설 수 있다.
또 유통선진화를 넘어 M&A에도 본격적으로 나서야 한다. 일본 제약업계는 내부적인 구조조정을 거쳐 미국 거대제약사에 Licence-out하는 형식으로 11개 회사가 50대 제약사로 성장하고 매출액의 40~50%가 미국 등 세계시장에서 발생하고 있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제약사들이 리베이트 쌍벌죄 법안 도입에 가장 목소리를 높여온 만큼 이제 리베이트 대신 신약연구개발에 나서야할 때”라며 “제약산업을 정부가 신성장동력으로 인정해준 만큼 규제완화도 적극 추진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