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의 정신건강‧복지 해쳐”
“훈육 또는 지도 목적이라도
교육법령‧학칙 취지 여겼다”
자습 시간에 야한 책을 읽는다고 또래 친구들이 모여 있는 교실에서 공개적으로 망신을 주고 체벌을 가한 교사에게 대법원이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확정했다.
5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엄상필 대법관)는 아동학대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중학교 도덕 교사 A 씨에 대해 징역 10개월‧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지난달 12일 확정했다.
경북 포항시 한 중학교 교사인 A 씨는 2019년 3월 수업 도중 자습 시간을 준 뒤 독서 중인 B 군에게 “선정적인 책을 본다”며 약 20분간 ‘엎드려뻗쳐’를 하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B 군은 “그런 책이 아니다”라며 해명했지만, A 씨는 다른 학생에게 선정적인 부분을 찾으라고 시키기도 했다. B 군이 읽은 책은 ‘라이트노벨’로 분류되는 대중소설로 파악됐다.
라이트노벨은 일본의 장르 문학 일종으로 흥미 위주의 가벼운 내용을 담아 청소년이 많이 읽는다. 해당 책에는 일부 삽화가 등장하기는 하지만 성적인 내용은 없었다.
B 군은 수업이 끝난 후 교과서에 ‘무시 받았다’는 등 억울함을 호소하는 글을 쓴 이후 학교 건물 5층에서 투신 후 숨졌다.
B 군 부모는 “학교 측이 사건 경위를 정확하게 설명하지 않고 사과도 없다”며 한 달간 학교 정문에서 1인 시위 벌이기도 했다.
1심은 “피고인의 행동으로 말미암아 피해 아동이 같은 반 교우들 앞에서 느꼈을 수치심이나 좌절감이 극심했을 것으로 보인다”며 신체적 학대와 정서적 학대를 모두 유죄로 인정, 교사 A 씨에게 징역 10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하지만 2심은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으로 감형했다. A 씨가 피해 학생을 괴롭히려는 의도가 아니었고 비극적 결과까지 예견할 수 없었다는 이유에서다.
대법원은 상고를 기각하면서 “교사가 훈육 또는 지도 목적으로 한 행위더라도 정신적 폭력이나 가혹행위로서 아동인 학생의 정신건강 또는 복지를 해치는 정도에 이른다면, 교육 법령과 학칙의 취지를 따른 것이라고 볼 수 없다”라고 판단했다.
박일경 기자 ekpark@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09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