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릉도에 역대급 폭우가 쏟아지고 추석이 지났는데도 일부 지역에 강한 비가 내리는 '가을장마'까지 쏟아지면서 보험사들도 선제적인 기후리스크 관리에 나서고 있다.
21일 기상청 등에 따르면 이번 여름 동아시아 지역의 태풍 피해는 기록적이었다. 한반도 곳곳에 기록적인 장대비가 쏟아졌던 여름이 지나고 있지만, 추석 지나 다가온 가을에도 덥고 습한 날씨가 이어지고 있다. 특히 울릉도에는 이틀간 300㎜의 비가 쏟아지는 등 46년 만에 역대급 폭우로 인해 각종 피해를 보았다.
계속되는 집중호우는 인명피해는 물론 산업에도 악영향을 끼친다. 주요 공급망 거점 내부의 지하시설이 침수되거나, 제품을 기한 내에 배송해야 하는 차량이 인근 도로에 고립되는 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이 커진다. 산업시설이 물에 잠겨 전력 공급에 문제가 발생하면 복구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소요돼 산업 활동 전반에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도 크다.
계절과 상관없이 예측하기 어려운 기후 리스크에 대응하기 위해 전통적으로 사후 피해에 대한 보상을 맡아 온 보험사들도 선제적인 위기 대비 서비스 제공에 나서고 있다.
삼성화재는 기업안전연구소를 통해 기상재난이나 재해 뉴스를 전달하고 자료를 수집해 위험 대비를 컨설팅해주고 있다. △홍수 △해일 △강풍 △지진 등으로 나눠 구조물 등에 대한 위험을 평가하는 것이다.
현대해상은 보험업계 최초로 기후환경 분야를 연구하는 교통기후환경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다. △환경변화 대응 △기후변화·자연재해 위험관리 △새로운 위험 연구 △상품·시장조사 등을 주로 연구한다.
현대해상은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변화는 전 세계적으로 태풍·폭설·가뭄·홍수 등을 일으키고, 최근 국내에서도 포항, 경주 지역에서도 지진이 발생하는 등 기상이변과 자연재해로 인한 인적·물적 피해가 증가하고 있다"며 "기후변화를 위기이자 기회로 인식하고 선도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연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통적인 통계적 접근의 차원을 넘어, 과학적인 연구 자료를 기반으로 한 리스크 관리 솔루션을 통해 회복 탄력성을 높이는 쪽으로도 진화하고 있다.
재물보험사 FM은 리스크 엔지니어링 및 과학적 연구 역량을 기반으로 200년 가까이 수집한 데이터와 최첨단 연구 기술을 활용해 기후 리스크에 대응할 수 있는 솔루션을 자사의 재물보험 계약 고객사에 제공하고 있다. 특히 차별적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위치 기반 데이터를 기반으로, 대규모 손실이 발생할 가능성이 큰 지역을 예측해 사업장의 위치 선정 등 중요한 의사결정에 도움을 주고 있다.
싱가포르에서 운영 중인 고객 중심 체험형 리스크 매니지먼트 시설인 FM 센터를 통해서는 기업이 과학적인 연구 및 엔지니어링 전문성에 기반한 솔루션을 학습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이 외에도 고객사가 장·단기적인 기후 관련 물리적 리스크를 선택할 수 있도록 돕는 기후 보고 도우미도 제공하고 있다. 태풍, 범람과 같은 기후 리스크를 데이터화해 이에 대한 인사이트를 전달하는 기후 리스크 보고서와 기후 변화 영향 보고서도 전달한다.
최종호 FM 아시아 태평양 필드 엔지니어링 그룹 매니저는 "앞으로도 기후 변화로 인한 기상 이변은 더욱 자주 일어날 것이며, 이를 예측하기는 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한다. 이는 단순한 재난 대응책을 마련하는 것보다는 기후 리스크에 대한 중·장기적인 대비가 필요함을 시사한다"며 "앞으로는 과학적 연구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리스크 엔지니어링 솔루션을 활용할 수 있는 기업이 다가올 기후 리스크에 보다 효과적인 대비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