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금융사고 막으려면 ‘감시’만 말고 ‘교육’도 해야

입력 2024-09-04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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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감독원이 어제 11개 은행, 전국은행연합회와 여신 프로세스 개선을 위한 태스크포스(TF) 킥오프 회의를 열었다. 크고 작은 금융사고가 줄을 잇는 현실을 새삼 곱씹게 된다. 금융권 횡령액만 봐도 회의 소집의 필요성은 쉽게 인정된다. 법적으로도, 윤리적으로도 용납될 수 없는 횡령 규모는 2018년 56억 원에서 지난해 642억 원으로 11배 이상 늘었다.

올해 6월 14일까지 6년여간 발생한 횡령액은 총 1804억2740만 원이다. 금융 신뢰를 갉아먹는 퇴행적 작태가 악성 바이러스처럼 번진 형국이다. 은행이 1533억2800만 원(85.0%)으로 가장 많고, 저축은행 164억5730만 원(9.1%), 증권 60억6100만 원(3.4%), 보험 43억2000만 원(2.4%) 등 순이다. 환수율은 9.7%에 그쳤다. 혀를 차게 된다.

어제 국회에서 공개된 농협·축협 사고 통계도 가관이다.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 소속 정희용(국민의힘) 의원이 농협중앙회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9년부터 지난달까지 농협과 축협에서 280건의 금융사고가 발생했다. 사고 액수는 1119억 원이다. 유형별론 횡령이 75건(27%)으로 가장 많고, 사적 금전대차 55건(20%), 개인정보 무단 조회 35건(13%), 금융실명제 위반 28건(10%), 사기 26건(9%) 등이 뒤를 이었다. 회수 금액 또한 전체의 17%인 188억 원에 불과했다.

금융 사고는 내부 직원이 결정적 역할을 맡기 일쑤다. 근래엔 규모가 대형화하고 있다. 금감원에 따르면 100억 원 초과 영업점 여신 사고는 지난 5년간 1건(150억 원)에 불과했으나 올해 1~8월 중 7건(987억 원)으로 급증했다. 생선을 고양이한테 맡긴 격 아닌지 돌아봐야 하는 상황이다.

TF는 제도적 개선 과제를 도출한다. 여신 서류의 진위 확인을 강화하는 방안이 다뤄진다고 한다. 고객 증빙 서류가 스캔 보관되는 현실을 악용한 부당 대출 사례가 많아져서다. 담보 가치를 부풀려 대출 한도를 높이는 행태 방지 등도 급선무다.

그러나 새 TF가 어떻게 굴러가도 세상에 없는 근절 대책을 붕어빵처럼 찍어낼 순 없다. 새 TF, 새 방안만 믿을 일은 아닌 것이다. 그간 나온 예방책만 해도 셀 수 없을 정도로 많다는 사실을 잊으면 안 된다. 금감원은 2022년 11월 내부통제 혁신 방안을 발표한 이후 관련 대책을 집중 주문하기도 했다. 그런데도 올해만 해도 거액의 횡령사고가 잇달아 터졌고, 대출자 소득이나 임대료를 실제보다 부풀려 적정 수준보다 더 많은 대출을 내준 수백억 원대의 배임 사고도 여러 은행에서 발생했다.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

금융 강국인 미국, 영국 등은 금융사 임직원이 원칙적으로 윤리 자격을 갖추도록 하고 있다. 매년 적격성을 평가하고 관련 교육을 시행한다. 평생교육 개념의 접근이다. 우리나라도 민간단체가 2022년부터 금융윤리자격 인증제를 운용 중이지만 유명무실한 감이 없지 않다. 해외 모범사례를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 심기일전하지 않는다면 새 TF를 백날 소집해봐야 허사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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