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지난 8일 미 증시는 2022년 11월 이후 가장 큰 하루 상승 폭을 기록했는데 증시와 함께 채권시장과 환율시장도 널뛰기를 보여 투자자들을 어리둥절하게 만들고 있다. 이번 여름 주가 변동성이 사사하는 바와 앞으로 증시의 방향성을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로 이번 주가 폭락의 근본 원인은 무엇보다도 미국 빅테크의 주가 과열에 있었다고 본다. S&P500 구성 종목 중 몸집이 가장 큰 8개 종목의 시가총액 비중이 8월 초 최고 33%에 이르자 갑작스럽게 조정이 찾아왔다. 시장의 쏠림이 너무 과한 나머지, 이들 종목을 중심으로 주가조정이 온 것이다. 게다가 지금 S&P500 기술주 PER(주가수익비율)은 2014년 이후 10년 장기 평균에 비해 무려 40%나 높다.
이런 과열로 인해 지난 어닝 시즌에서 약간의 실적 실망을 내비친 종목의 경우, 주가가 힘없이 꺾였다. 문제는 지난주 주가반등으로 S&P500지수 12개월 선행PER이 다시 21배로 올라왔고 IT 업종은 29.4배까지 높아졌다. 높은 PER은 그 자체가 악재는 아니다. 다만 PER이 높으면 아무래도 작은 악재에도 주가가 다시 쉽게 흔들릴 수 있다는 게 현 증시가 안고 있는 가장 큰 약점이다.
둘째는 수급 요인에 따른 일시적 변동성인데, 일본은행(BOJ)이 지난 3월에 이어 7월에도 금리를 올리자 엔화가치 하락에 베팅한 자금들이 엔화를 급하게 다시 사들이고 제로금리로 일본에서 돈을 빌려 투자한 자산에서 일시 마진콜이 발생했다. 엔 캐리 자금이 한꺼번에 청산되자 대규모 레버리지 투자와 알고리즘(미리 프로그램한 대로 자동 주문) 투자에서 한꺼번에 매물이 쏟아졌다. 물론 전주에는 다시 반대 방향으로 매수세가 몰렸고 변동성지수(VIX)도 일단 진정됐지만 여진은 여전히 남아있다. 엔 캐리 청산의 급한 불은 껐지만 미일 통화정책에서 엇박자가 나올 경우 또다시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
셋째는 이번 주가하락의 표면적 이유인 경기침체에 대해서다. 결론은 지금 당장 그리 염려할 정도는 아닌 듯하다. 사실 지금 미국의 고용과 소비는 연준이 의도한 대로 적절히 식어가고 있고 이런 추세라면 내년 중반 정도에 경기침체가 예상된다. 이번에 증시가 허리케인에 따른 왜곡으로 짐작되는 7월 한 달간 고용지표 부진에 인내심을 발휘하지 못한 것을 보면 증시가 얼마나 경기침체를 염려하고 있는지를 알 수 있다. 물론 이런 불안감의 근원에는 비싼 주가가 있다. 따라서 금리인하가 기정 사실화된 지금부터는 나쁜 경제지표는 증시에 악재다(Bad is bad). 이제 증시의 주 관심사는 금리인하에서 경기전망으로 완전 바뀌었다.
이러한 점들을 고려할 때 증시는 당분간 호·악재의 힘겨루기 속에 대체로 안정을 보일 전망이다. 물론 빅테크의 쏠림, 경기침체 우려가 완전히 해소된 건 아니지만 이번 조정으로 일단 여유를 찾았고, 물가와 고용지표는 연준의 금리인하를 지지하지만 침체와는 다소 거리를 두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빅테크들의 예상 이익과 마진율도 아직은 양호한 편이어서 증시가 강세장의 명맥을 좀 더 이어가는 데 힘을 보탤 것이다.